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연합뉴스 2025-03-25 14:00:03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첫 실태조사…삶 만족도 10점 만점 4.76점

일상 복귀 꿈꿨지만 40% 재고립…가족 30%가량 '고립·은둔 몰라'

등교하는 학생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청소년 과반은 공부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일상에 복귀하려 했으나, 40%는 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갔다.

자기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절반에 달해 이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 파악을 위한 첫 전국 조사인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고립 청소년은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청소년을, 은둔 청소년은 집 안에서만 머물며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을 가리킨다.

도움 필요한 고립은둔 청소년 위해

◇ 청소년 12.6% '고립'·16.0% '은둔'…3명 중 2명 '대인관계 어려움'

연구원이 작년 6∼8월 전국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응답을 완료한 1만9천160명 가운데 고립 청소년과 은둔 청소년은 각각 12.6%, 16.0%로 집계됐다.

청소년의 28.6%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최홍일 연구원 박사는 브리핑에서 "추후에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표성 있는 조사를 거쳐야 정확한 (은둔청소년 실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앞서 다른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은둔·고립청소년의 비중은 5% 정도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4.76점(10점 만점)으로, 일반 청소년(7.35점)보다 매우 낮았다.

지난 2주 동안 가족·친척이나 친구·지인과 대화 경험 없는 이들은 각각 8.3%, 5.6%로, 일반 청소년(1.9%, 0.8%)보다 높았다.

은둔·고립 청소년의 성별 비중은 남자 29.9%, 여자 70.1%였다.

연령별로는 19∼24세 50.4%, 13∼18세 45.2%, 9∼12세가 4.5%의 순이었다.

현재 학교에 다닌다고 답한 응답자는 57.6%, 비재학 중인 이들은 42.4%였다.

본인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인식한 이들은 41.4%였다. '중간'은 42.4%, '높은 편'은 16.3%였다.

90%는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친척 등과 생활하고 있었고, 5%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이성 친구(0.3%),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0.3%), 동성 친구(0.3%)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었다.

고립·은둔이 시작된 시기는 '18세 이하'가 72.3%로 가장 많았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3년 미만' 17.1%, '1년 이상∼2년 미만' 16.7%, '6개월 이상∼1년 미만' 16.6%, '3년 이상' 15.4% 순이었다.

세상과 단절한 이유로는 65.5%(복수응답)가 '친구 등 대인관계 어려움'을 꼽았다.

19∼24세의 경우 '진로·직업 관련 어려움' 비율이 47.2%로, 다른 연령대보다 최대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 일상 복귀했지만 40%는 재고립…62% "죽고 싶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62.5%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했다.

자기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48.9%,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한 경우가 60.6%였다.

68.8%는 '지난 7일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고, 63.1%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답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이들은 25.5%에 불과했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는 이들은 56.7%였다.

현재 생활을 개선하길 원했으나, 상당수는 또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갔다.

71.7%는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으며, 55.8%는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려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을 벗어나기 위해 주로 한 시도는 '일이나 공부를 시작했음'(52.6%·복수응답)과 '취미활동을 했음'(50.6%)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39.7%는 재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갔다.

재고립·은둔 이유는 '힘들고 지쳐서'가 30.7%로 가장 많았고,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17.4%),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는 데 효과가 없어서'(12.6%) 등이 뒤를 이었다.

고립·은둔 기간에 주로 한 활동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시청'이 59.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필요한 도움으로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복수응답),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 등을 꼽았다.

이들 가족의 29.6%는 고립·은둔생활을 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또 27.2%는 고립·은둔생활을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9.4%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최 박사는 "가구 단위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고립·은둔 청소년이 관계 형성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hlamaz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