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지는 기존작전과 달라…'두국가 해법' 공감대와 충돌
이스라엘 내 강경론 득세…美행정부 방조 속 현실성엔 물음표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교전을 재개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아예 재점령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의 하에 이뤄지는 이 같은 계획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공감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 재점령 작전 계획을 작성해 안보 내각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투사단 여러 곳을 투입해 가자지구를 공격, 하마스 잔당을 진압한 뒤 군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가자지구의 대부분 지역을 비우고 22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알마사위 인도주의 구역'으로 불리는 지중해 연안의 좁은 땅에 수용하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됐다.
이 경우 좁은 땅으로 내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실상 식량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인도적 지원의 열량 규모까지 계산해 둔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이 하마스의 생존에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군이 직접 배급하는 방안과 민간 업자를 끼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나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이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하고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인질 구출과 하마스 소탕에 초점을 맞췄을 뿐, 점령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폭격과 강도 높은 교전, 반복적인 습격을 통해 하마스 잔당을 제거한 뒤 빠져나오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교범이었다.
조 바이든 전임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이룬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내세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반대했다.
두 국가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를 통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독립국으로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접근법이다.
이스라엘군이 새로 작성한 계획은 기존 군사작전을 뒤엎고 팔레스타인 독립국 로드맵을 파괴하려는 조치로 관측된다.
한 예비역 고위 장교는 최근 '전투, 승리, 통치'를 위한 수 개월간의 작전을 준비해 달라고 요구받았다며 "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전투"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는 이스라엘 내·외부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강경파의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일시 휴전과 인질 교환이 이뤄지는 동안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장악력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완전한 소탕을 위해서는 재점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군부 내에서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잇따라 교체된 군 수뇌부도 이런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인질 구출'을 우선시하던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이 경질된 뒤 지난해 11월 새로 부임한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최근 군사작전 재개 후 영구 점령을 언급했다.
이달 부임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극우 정치권의 지원 속에 가자지구 점령 계획 작성을 주도했다.
미국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반대해 온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은근히 방조하는 모습이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미국의 이전 행정부는 '전쟁 종식'을 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전쟁에 승리하기를 원한다"며 "미국 역시 하마스를 꺾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자지구 재점령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00만 넘는 인구의 삶의 터전을 뿌리째 뽑아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는 것은 인도적 비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반발을 심화해 하마스의 세력을 키워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 4개 전투사단이 필요하다는 점과 그간 소모된 병력 등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군이 이를 완수할 역량이 되는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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