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긍정적 발표 기대"…우크라 "완전 휴전 무조건 동의"
영구휴전까진 산넘어산…러, 꿈쩍도 않으며 '시간끌기' 시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방안을 놓고 12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을 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와도 릴레이 휴전 협의에 나선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수스필네 방송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대표단이 앞선 미러 회담의 후속으로 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하루 더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미러 회담이 있기 전날 미국과 5시간가량 회담한 바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장시간 회담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전화로 합의한 '부분 휴전안' 등과 관련해 실무를 논의했다.
앞서 두 정상 간 통화에서 미국이 제안한 전면 휴전안은 불발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미국 발표는 '에너지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부분적 휴전안만 채택됐다.
이날 회담에서는 흑해곡물협정 재개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발발 후 체결된 이 협정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자국산 곡물·비료 수출이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2023년 7월 파기를 선언했다.
양측이 25일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 쪽에서는 '긍정적인 발표'를 기대해도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백악관 소식통은 로이터에 "리야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실무팀이 주선한 회담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밤낮으로 일해 왔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긍정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30일간의 부분 휴전이 아닌 전면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러 회담이 끝난 직후 가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전면 휴전 방안)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며 "우리에겐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데 춤을 추려면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러 회담에 앞서 미국은 '전선 동결', '항구적 평화' 등을 언급하며 폭넓은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에서는 "우리는 길의 시작점에 있을 뿐"이라면서 의제를 전면 휴전 쪽으로 확대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미러 회담에서 에너지·인프라 30일 휴전 등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온다고 해도 완전한 휴전으로 가는 길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애초 30일간의 전면 휴전을 통해 영구적 평화를 위한 협상 시간을 벌려고 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유럽 철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우크라이나의 전면 무장해제 등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황이 유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만 다소 세워주면서 우크라이나 일부 점령 중인 쿠르스크를 탈환하고, 동부 점령지 굳히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두 나라(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화해가 불가능해 보이는 적대행위 완전 중단 조건을 제시해왔다"며 "이는 더 광범위한 평화 협상이 앞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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