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인피니온·온세미 등 인원 감축…日르네사스 양산 개시 연기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하락하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서구와 일본의 전력반도체 업체가 잇달아 인원 감축과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독일 인피니온은 직원 1천400명을 해고하고 1천400명의 업무는 바꿀 예정이다.
2위 기업인 미국 온세미도 구조 조정을 통해 약 1천 명을 줄일 계획이고, 3위 업체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조기 퇴직자를 모집할 방침이다.
일본 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야마나시현 공장의 전력반도체 양산 개시 시점을 연기하고 올해 수백 명을 퇴직시키기로 했다. 르네사스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40% 수준에서 4분기 30% 정도로 더 떨어졌다.
전력 효율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주행 거리와 가전제품의 전력 소비량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닛케이는 전력반도체 업계가 이처럼 위축된 주요인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를 꼽았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약 1천137만대였다. 판매량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증가율은 2022년 75%, 2023년 30%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반도체 재고도 쌓여가고 있다. 서구와 일본 업체 7곳이 전력반도체를 생산한 후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은 지난해 4분기에 99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길어졌다.
서구와 일본 전력반도체 업체가 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BYD(비야디)로 대표되는 중국 전기차 업계의 공급망 강화가 있다고 닛케이는 해설했다.
BYD는 기존에 르네사스 등으로부터 전력반도체를 조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초부터 전기차에 쓸 전력반도체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닛케이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으나 자금과 규모 면에서 서구 업체에 뒤지는 일본 기업들이 함께 설비 투자를 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바와 롬은 약 3천800억엔(약 3조7천억원), 후지전기와 덴소는 약 2천100억엔(약 2조원)을 공장에 투자할 방침이다. 덴소와 롬은 일부 출자를 통한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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