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1조·대한항공 48조 '선물'…트럼프 관세완화 도움될까

연합뉴스 2025-03-25 12:00:02

"현대 위대한 기업" 트럼프 확실한 '눈도장'…상호관세 완화 도움 역할 기대

정부 '상대 경쟁력' 확보 주력…완전 면제 기대는 어렵다 관측에 무게

백악관서 대미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앞서 대한항공도 327억달러(4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여객기·엔진 구매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와 '바이 아메리카'를 핵심 정책으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하는 선물을 건넸다는 평가가 나와 관세 완화 등 대한국 통상 압력을 낮추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상 당국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신정부에 한국에 관한 긍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영향을 줘 관세 완전 면제까지 기대하기 어려워도 한국이 주요 경쟁국 대비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 '트럼프 맞춤 선물' 준비한 현대차…"미 방향 수정 기대"

총 31조원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국 주요 기업 중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의 새 투자 계획에는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 체계 확대,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용 전기로 신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협력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 진흥, '산업의 쌀'로 경제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커지는 철강 자급력 강화, AI 혁명이 초래한 전력 급증에 대응한 원자력 기술 활용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에 철저히 맞춤형으로 구성된 선물 보따리를 꾸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투자 발표 행사에서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크게 만족하는 반응을 보여 현대차그룹은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 대미투자 발표 현장에 자리한 트럼프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관세 문제를 포함한 모든 최종 의사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쏠려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관세 폭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꿔놓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투자 발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향한 인식을 넘어 한국에 관한 인식 전반을 일정 부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된다.

아울러 앞서 발표된 대한항공의 48조원 규모의 미국 여객기·엔진 구매 계획 역시 트럼프 신정부에 한국에 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1일 열린 대한항공과 보잉 및 GE에어로스페이스 간 '3사 협력 강화 서명식'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관세 전쟁 기획에 깊숙이 관여하는 하워드 장관이 해외 기업의 자국 상품 구매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물가 상승 등 자국 경제에도 주는 큰 부담에도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 관세 전쟁에 나선 것은 심각한 무역 적자 해소와 자국 투자 유인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이 나서 선제적 대형 투자와 미국산 상품 구매를 통해 이 같은 미국의 관심사에 호응한다면 적어도 이런 '노력'이 없는 나라들과 비교해 미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우호적 대우를 받을 여건을 마련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미국도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실제 자국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의미를 두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런 움직임이 다른 기업들로도 이어진다면 미국도 (대한국 관세 정책) 방향에 수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보잉·GE에어로스페이스 간 협력강화를 위한 서명식

◇ 4월 2일 상호관세 강행 전망…'상대 우위' 확보 총력

정부 통상 당국 역시 한국 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이 대미 통상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4월 2일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무역 상대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 높은 것으로 보고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데 대미 협상의 초점을 맞춰가는 상황이다.

미국은 주요 무역국과의 상호 관세 차이 외에도 비관세 장벽, 세제 환경, 환율, 정책 등 요인까지 고려해 각국에 상응하는 상호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각국 맞춤형 관세 부과 근거를 마련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미국이 오는 4월 2일에는 미국의 입장에서 불공정 무역을 하는 나라로 여기는 이른바 '더티 15'(Dirty 15) 국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이 주요 무역 적자국들을 우선 겨냥할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미국의 9번째 무역적자국인 한국도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상호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해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대미 협상의 초점을 맞춰가는 상황이다.

가령 한국에 10%의 상호관세가 매겨지고, 전 세계 자동차에 똑같이 15% 관세가 붙게 된다면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현재의 0%에서 25%로 높아지게 돼 미국산 자동차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불만을 표출해온 EU에 20%의 상호관세가 매겨지면 유럽산 자동차에는 35%의 관세가 붙게 돼 한국산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유럽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립된 HMGMA

상호관세와 더불어 별도로 미국이 추진하는 자동차, 반도체 품목 관세의 경우도 3월부터 적용이 시작된 철강 관세의 사례에서 봤을 때 특정 국가나 업체 대상 면제나 완화가 적용되지 않는 '보편 관세'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통상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을 크게 환영한 것과 관련해 "(한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면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위시풀 싱킹(희망적 사고)"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에는 관세 없다'는 발언도 현대차에 관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있으면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데 방점이 찍힌 말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