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충북도청·청주시만 5년간 302건 신고돼 36건 징계
전문가들 "상호존중 조직문화 만들어야…기관장의 관심·의지 중요"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공직사회에서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관장과 부서장의 관심과 의지가 요구된다.
25일 연합뉴스가 청주의 3대 자치단체인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 청주시를 취재한 결과 이들 기관이 최근 5년(2020∼2024년)간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갑질 포함) 신고 건수는 총 302건으로 파악됐다.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도교육청이 2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청은 28건, 도청은 9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폭언과 욕설이 가장 많았으며 부당한 업무지시가 뒤를 이었다.
도교육청은 31건, 시청은 4건, 도청은 1건이 징계로 이어졌다.
주요 직장 내 괴롭힘 및 징계 사례를 보면 교육지원청의 한 간부 공무원은 직원에게 식사나 술자리를 강요하고, 출퇴근 시 차량 운행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로 징계 절차를 거쳐 해임됐다.
또 한 교장은 수업 중인 교사를 불러 책상을 옮기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거나 "내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이 좋다"는 등의 발언을 해 정직 처분을 받았다.
도청의 모 공무원은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견책 징계를 받았고, 시청의 한 공무원은 타 부서 직원에게 소관 업무가 아닌 일을 강요하거나 공무직 직원에게 비인격적인 말과 외모 비하 발언을 해 감봉 대상에 올랐다.
증거 불충분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고, 정도가 경미해 주의 등 조치로 마무리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직과 상사의 눈 밖에 나거나 승진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참고 넘기기도 해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괴롭힘 행위 자체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피해 근로자 보호 조치 등을 위반할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조례를 만들어 가해자 징계를 하거나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 교육도 중요하지만, 조직문화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임 노동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간부 모시는 날' 등과 같은 부적절한 문화가 공직사회에 존재하는데 이는 진급 누락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상급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상급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해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주로 직원 간 갈등으로 취급되지만, 이면에는 상사가 부하 직원을 들볶을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 즉 노사 갈등의 문제가 크다"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괴롭힘 피해자가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상호 존중을 위한 생활 협약 등을 만들어 부서장 책임 하에 실천하고, 부하에 대한 사사로움과 임의성을 배제하기 위해 업무시간에는 가능한 경어를 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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