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에 안동까지 불똥…의성·안동 대피 주민만 2천700여명
산림 당국, 일출과 동시에 산불 진화 헬기 62대 투입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황수빈 기자 = "산불 진화에 물이 동나 밥도 못 지어 먹지만, 불 끄는 게 우선이니까요."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오전 7시께 옥산면 감계리.
짙은 산불 연기가 안개같이 내리깔린 마을은 매캐한 냄새로 가득찼다.
주민들은 이른 시간까지도 집 근처를 지키고 섰다.
어딘가에서 불씨가 날아들까 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계리 한 주민은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불이 타고 넘었다"며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다 껐다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바람이 불면서 다시 다 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씨가 안동 쪽으로 타고 넘어갔다"며 "오늘도 바람이 많이 분다는데, 감당이 안 된다"고 탄식했다.
밤새 소방대원과 마을 주민이 합심해 산불을 막느라 안간힘을 쏟았지만, 날아드는 불씨는 마을 곳곳을 갉아 먹었다.
마을 안 여기저기서 불에 탄 집들이 치열했던 밤사이 화재 참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 주민은 산불에 폭삭 주저앉은 주택을 망연자실 쳐다봤다.
감계리 일부 마을은 물 부족에도 시달렸다.
지대가 높은 마을 특성상 물탱크에서 물을 공급받는데, 소방차가 물탱크의 물을 모두 끌어다 쓴 것이다.
실업2리 주민 김모(76)씨는 "소방차가 마을 물탱크에서 물을 퍼가는 바람에 물이 동났다"며 "밥 지을 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마을 양쪽으로 불이 붙어 오도 가도 못했다"며 "마을 이장이 대피하라고 했는데도, 집을 버릴 수 없어 밤새 집을 지켰다"고 말했다.
주민 이용희(71)씨는 "밥 먹는 것보다 불을 끄는 게 우선이니 어쩌겠냐"고 한탄했다.
같은 날 오전 8시 30분께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피해 있었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듯 이재민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피로감이 묻어났다.
금곡리 주민인 김모(60)씨는 "잠자리도 바뀌고 바닥도 딱딱하니 잠을 못 잤다"며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더 분다니 걱정이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전날 오후 4시 10분께 이웃한 지자체인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까지 번지며 산불영향 구역이 역대 3번째로 넓은 1만2천565㏊로 늘었다.
당국은 이날 아침 의성과 안동 산불 현장에 헬기 62대와 소방차, 진화대원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국가 소방동원령이 추가 발령되면서 의성지역에는 소방 펌프차 등 장비 226대가 투입됐다.
안동에서는 이날 아침부터 공무원과 산불 전문진화대원 등 500여명이 산불 현장에 동원했다.
의성군에서는 주민 1천500여명이 의성읍 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안동에서도 길안면 등 주민과 요양원 입소자 등 1천200여명이 밤사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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