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증액하면서 복지 유지?…英 스타머 정부 '딜레마'

연합뉴스 2025-03-25 06:00:04

공공지출 삭감·공무원 감원 예고…여론조사선 "복지 보장 중요"

스타머 총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재정 압박 속에 예고한 복지 및 공공부문 예산 삭감안이 반발에 부딪히면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오는 26일(현지시간) 봄 재정계획을 발표한다. 24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여러 부처에 걸친 지출 감축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50억 파운드(약 9조5천억원) 절감을 위해 장애인 지원금 신청 요건 강화, 물가 상승과 관계없이 장애인 수당 동결 등 복지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리브스 장관은 지난 23일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해 현재 50만명을 넘은 공무원을 1만명 감원하는 등 공공서비스 예산 연간 20억 파운드(3조8천억원), 향후 5년간 15% 삭감하는 방안을 확인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노동당 내각 인사들은 전임 보수당 정부의 방만한 운영으로 공공재정에 거대한 구멍이 났다는 비판을 거듭하면서 지출 삭감을 공언해 왔다.

지난해 10월 가을 재정계획 발표에서 기대했던 재정 여유분도 이후 차입 비용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로 사라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월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0.1% 역성장했고, 물가상승률은 연율 3%로 잉글랜드은행(BOE)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 안보 자강론이 높아지면서 국방비는 증액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GDP의 2.3%인 국방비 지출을 2027년까지 2.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민보험(NI) 요율 인상 등 증세가 이미 기업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추가 증세는 쉽지 않지만, 있던 세수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앞서 일부 현지 매체는 영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 세금 인하 또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세금에 따른 수입은 올해 회계연도에만 8억 파운드(1조5천억원)로 추산된다.

보수당의 멜 스트라이드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노동당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정 개편안들은 "경제 안전성을 되살리기는커녕 이를 크게 해치고 있다"며 "기업 신뢰도는 무너지고 성장률은 꿈쩍하지 않고 기업은 감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 강화보다도 복지 유지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스타머 총리가 직면한 정치적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퍼블릭퍼스트·스톤헤이븐이 이달 중순 2천55명에게 정부가 강한 군대를 구축하는 것과 일할 수 없는 사람의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각각 43%, 46%의 응답률을 보였다.

지지 정당별로 노동당 지지 응답자의 35%만 강한 군대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고 56%는 복지를 지지했다. 보수당은 61%가 강한 군을, 29%가 복지 보장을 더 중시했다.

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8∼19일 실시한 다른 여론조사에선 현재 정부가 공공 지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1%,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7%로 줄여야 한다는 응답률(25%)보다 높았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