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 취소…쿠바·아이티 등 4개국 출신
"4월24일 전 자진 출국 안 하면 쫓겨날 것"…인권단체, 소송 예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 등에 허덕이는 모국을 등지고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이동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자발적으로 출국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쿠바(Cuba)·아이티(Haiti)·니카라과(Nicaragua)·베네수엘라(Venezuela) 출신 이민자 53만여명에 대한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humanitarian parole)를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25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관련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과 미 CBS뉴스가 24일 보도했다.
허가 취소와 관련한 효력은 관보 게시 30일 이후 시작된다. 날짜로는 4월 24일이다.
미 당국은 다음 달 24일 전까지 관련자들이 스스로 미국에서 출국하지 않을 경우 추방을 위한 신분 변경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CBS뉴스는 전했다.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는 조 바이든 전 정부에서 설계해 도입한 정책이다.
정치적 혼란이나 경제적 빈곤 등을 피해 국경을 넘는 4개국 출신 이민자에 대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임시로 미국 내 체류를 허가하는 게 골자다.
4개국 국가명 로마자 알파벳 앞 글자를 따 'CHNV 프로그램'이라고도 부르는 이 정책을 통해 지금까지 53만여명이 입국했다고 로이터는 미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이티 출신이 21만3천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베네수엘라 12만명, 쿠바 11만명, 니카라과 9만3천명 순인 것으로 전해진다.
CHNV 프로그램 효과에 대한 판단은 극과 극이다.
바이든 전 정부는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던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 흐름을 억제하면서 질서 있는 이주민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 정부는 "미국 노동자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범죄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며 힐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직후 "이 프로그램은 연방법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면서 일찌감치 폐지를 공언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4개국 출신 이민자 중 다른 형태의 합법적 체류 지위를 얻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 소재 인권단체인 정의행동센터의 캐런 텀린 센터장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https://justiceactioncenter.org/news/trump-revokes-lawful-status-of-hundreds-of-thousands-of-chnv-humanitarian-parole-beneficiaries-in-unprecedented-move/]에서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올바르게 수행한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게 된다"면서 CHNV 프로그램 종료 이의제기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