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으로 복귀한 이후 의료진의 지침을 잘 따를지 의문이라고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14일 양쪽 폐렴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한때 위독했던 교황은 입원한 지 37일 만인 전날 퇴원했다. 의료진은 교황이 퇴원하는 조건으로 몇 가지 지침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교황은 우선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방문자는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과 접촉이 금지되며 외출도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의료진은 교황에게 최소 두 달간 휴식과 재활이 필요하다며 장시간의 공식 일정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에게 건강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사실상 격리를 요구한 것이지만 교황이 세상과 단절된 채 조용히 지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교황이 워낙 즉흥적인 데다 사람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은 퇴원 직후에도 드러났다.
교황은 전날 제멜리 병원 10층 창가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모두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병원 마당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그를 환영하며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를 외쳤다.
보좌관들은 교황에게 헬리콥터 탑승을 권유했지만 교황은 이를 거부하고 평소 이용하는 피아트500에 타 호흡 보조를 위한 비강 튜브를 꽂은 채 바티칸으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교황은 곧장 바티칸으로 돌아가지 않고 로마 시내 우회 경로를 선택했다. 교황이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들러 기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교황은 다시 바티칸으로 향했지만 바티칸 정문 근처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한 여성을 보고는 잠시 차를 멈추게 한 뒤 이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등 교황의 차는 예정에 없이 두 차례 정차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바티칸 복귀 이후 향후 활동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라레푸블리카는 교황이 의료진의 조언을 무시하진 않겠지만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활동을 재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교황이 4월8일 바티칸을 방문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직접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로이터 통신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에도 병에 걸렸을 때 공개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았고 심하게 아플 때는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즉위 이래 역대 교황이 기거한 호화로운 사도궁 관저를 놔두고 교황청 사제의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산다.
그는 올해 초 발간한 자서전 '희망'에서 "산타 마르타의 집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신이 원하시는 한, 나는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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