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박보검 "관식, 비현실적이지 않아…어딘가 살아가는 인물"

연합뉴스 2025-03-25 00:00:15

'폭싹 속았수다' 속 '순애보' 양관식 역…"둘이 연기한 관식, 한명으로 봐주길"

"동갑내기 아이유와 즐겁게 연기"…"제 인생은 사계절 중 이제 초봄"

배우 박보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양관식(박보검 분)은 사랑하는 여자 애순(아이유)이를 만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건넌다. 가부장적인 그 시절에 밥그릇을 들고 아내와 딸이 앉아있는 밥상으로 돌아앉는 뚝심 있는 남자다.

'폭싹 속았수다'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무쇠처럼 단단한 순애보를 보여주는 관식만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 세상에 박보검이 있다면, 관식도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만난 배우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 속 따뜻하고 단단한 관식 그 자체였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관식이 사실 우리 곁 어딘가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보검은 "모두가 관식이처럼 자기 사람을 챙기고,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라며 "어디에선가 관식이 같은 인물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이 관식이에게도 내재했다고 본다"며 큰 사랑을 받아봤기에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극 중 관식은 순애보 그 자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덕선 바라기' 최택의 풋풋한 사랑보다 깊고 단단하다. 그는 10살 어린 나이부터 애순이를 위해 날마다 생선을 가져다주고, 시장통에서 양배추를 대신 팔아주며 곁을 지킨다. 집이 없어서 공장에 취직하게 된 애순이의 손을 붙들고 함께 부산으로 야반도주했고, 자기 돌 반지를 녹여 금반지를 끼워주기도 한다.

또한 가정적인 아빠이기도 하다. 딸 얼굴 한 번 보기 위해 천안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정류장에서 온종일 기다리고, 손 한 번 흔들어주면 세상을 얻은 듯이 기뻐한다.

박보검은 이처럼 관식이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왔기에 안쓰러웠던 순간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관식이의 행복 수치는 항상 '풀(Full) 충전' 상태라고 생각했다"며 "가족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생각해 안타깝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우 박보검

1950년대생이자 어린 나이에 자식 셋을 둔 아버지 관식을 표현하는 것은 탄탄한 대본 덕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박보검은 "살아보지 않은 시대지만, 임상춘 작가가 쓴 글을 보니 모두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었다"며 "대본 리딩을 할 때 모든 인물이 살아있는 듯한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봤다"고 떠올렸다.

그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으로 좀 더 신경을 썼다.

"관식이 운동(수영)을 했던 캐릭터여서 체중을 좀 증량했고,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햇볕에 그을린 듯한 얼굴로 메이크업했어요. 연기 면에선 말이 많지 않은 인물이다 보니 목소리도 낮게 표현했어요."

극 중 관식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제주 방언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는 "감독님이 관식이는 아버지가 제주 사람, 어머니는 다른 지역 사람이라고 설명해줬다"며 "제주어와 어머니(권계옥)가 말하는 운율을 조금씩 차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의 관식을 배우 박해준이 연기하면서 박보검의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그는 "제가 연기한 관식도, 해준 선배가 표현한 관식도 그냥 한 명의 관식이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상대역인 아이유와의 호흡에 대해선 "동갑내기와 연기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번에 참 즐겁게 연기했다"며 "(아이유가) 희로애락을 다 겪는 애순이에 (딸) 금명이까지 연기하고 본인 콘서트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체력이 참 좋은 친구구나' 느꼈다. '폭싹 속았수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KBS '가요무대'에서 아이유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홍보활동은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귀띔했다.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가 TV에서 방송되면 더 많은 분이 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었다"며 "해외에서 동포들도 볼 수 있는 '가요무대'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유 씨도 선뜻 동의해줬다"고 웃음 지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들 주인공 외에도 애순의 엄마인 잠녀(해녀) 염혜란을 비롯해 극의 감칠맛을 살리는 중장년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박보검은 "해녀 3인방과 도동리 식구들이 진짜 제 할머니, 이모처럼 느껴졌다"며 "애순이와 관식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한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보검

1993년생으로 올해 32살인 박보검은 아직 자기 삶이 사계절 가운데 초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JTBC 드라마 '굿보이'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최근 KBS 음악 프로그램 '박보검의 칸타빌레' MC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드라마에서 자신이 만든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계절의 시작, 봄처럼 저도 이제 꽃 피울 때가 아닌가 한다"며 "아직은 좀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고, 팬들과 시청자를 만날 기회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더 많은 작품을 하고, 더 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이번 드라마 제목처럼 자신에게도 '고생했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뜻이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잖아요. 지금까지의 박보검에게는 '수고했어'라고 말하고 싶고, 나이가 좀 더 많이 들었을 때의 박보검에게는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