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품목 관세' 보류 방침에…움츠렸던 자동차株 기지개켜나

연합뉴스 2025-03-24 18:00:02

현대차·기아 3%대 상승…현대모비스·HL만도 등 부품주도 강세

공매도 재개시 반등 기대도 "자동차주, 실적·관세 우려에 극심한 저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부과하려고 했던 품목별 관세를 보류할 방침이라는 외신 보도에 24일 자동차주가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오는 31일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면 그간 저평가됐던 자동차주가 본격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에 주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현대차[005380]는 전장보다 3.9% 오른 21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한때 5.37% 올라 21만6천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기아[000270] 역시 이날 3.13% 올라 9만8천700원에 장을 마감, 올해 들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012330](4.88%), HL만도[204320](4.59%), 에스엘[005850](2.37%) 등 자동차 부품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기관 투자자의 이날 순매수 상위 종목 1위, 2위에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점도 눈에 띈다. 기관 투자자는 이날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748억원, 4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현대차는 2위(536억원), 기아는 5위(96억원)에 올랐다.

이날 자동차주 강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상호관세 부과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전해진 영향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품목별 관세와 상호 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시점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경계감은 점차 커졌다.

품목별 관세 보류 소식에 반도체·의약품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자동차주만 유독 큰 폭으로 오른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주가 유독 관세 공포에 크게 반응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관세 우려가 부각되자 현대와 기아는 각각 28.14%, 22.12% 떨어진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주까지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3.3%, 4.97%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15% 오르며 상승세에 올리탄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체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자동차주는 새로운 주가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해 관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국발 관세 우려가 차츰 줄어드는 가운데 자동차주가 공매도 재개 시 대표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된 업종·종목에 대한 관심 확대 계기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동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003540]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3.98배, 0.47배로 코스피보다 각각 56%, 45% 낮다.

김 연구원은 "관세,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로 자동차 업종은 극히 저평가됐다"며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수급이 확대될 경우 자동차 업종의 매력도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o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