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올해 첫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실효성은 '글쎄'

연합뉴스 2025-03-24 15:00:10

차량 2부제 등 예외 많고 풍선효과로 인근 교통 혼잡

차량 2부제 시행된 24일…전북도청 앞에 불법 주정차 된 홀수 차량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민원 방문 차량, XXX가XXX1'.

내일부터 이틀간 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24일 전북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예비저감조치가 발령되면 행정·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시행해야 하며, 공사장은 비산먼지 발생 억제 조치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 조치로 전북도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출근이 본격화한 오전 8시 이후 번호판 마지막이 홀수인 차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짝수일인 이날은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북2문 앞 차단기는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 앞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위로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전북도가 차량 2부제 대상을 '청사에 등록된 차량'으로 한정한 데다, 관련 법령에 따라 적용 제외 차량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민간 차량은 차량 2부제 강제 대상이 아닌 자율참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차와 친환경 차량, 임산부, 유아동승차량 등은 차량 2부제 제외 대상이다.

즉 홀수 번호판일지라도 민원인의 차량이거나 유아와 함께 탄 공무원 차량일 경우 청사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홀수 번호판이지만 청사에 등록되지 않은 배우자의 차량도 무사통과다.

이 때문에 전북도청사 내 주차장은 홀수와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 뒤섞여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북2문 인근 주차장만 보더라도 주차된 차량 40대 중 14대가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었다.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을 운전하는 30대 박모씨는 "우체국 업무를 보러 왔는데, 평소처럼 도청 내부에 주차했다"며 "차량 2부제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는데, 출입이 금지된 적이 없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CG)

물론 도청에 등록된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은 원칙대로 주차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도청 내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도청 앞 도로에는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 불법으로 꼬리를 물고 길게 세워져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의 교통 흐름를 방해하거나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전주시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다 보니 차량 2부제 적용 차량임에도 끌고 나와 청사 주변에 불법 주정차를 해도 괜찮다는 식이다.

이는 기초단체인 전주시가 상급 기관에 해당하는 도청사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을 꺼리는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몇 년 전에 도내 한 기관에서 민원인 차량까지 차량 2부제 제한 대상으로 삼아 항의가 있었다"며 "이후 청사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 대신 청사에 등록된 차량만을 차량 2부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량 2부제 시행 하루 전 미리 공무원들에게 공지하는데도, 이를 어기고 도청 인근에 불법주정차를 하지만 일일이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량 2부제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미세먼지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