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김한길의 천막 민주당, 윤석열 국감 출석 기획
2004년 박근혜, 천막당사로 한나라당 구출…차기 대권 질주
2025년 이재명의 민주당, 천막 치고 탄핵여론 결집 총력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2013년 11월10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천막당사를 접고 여의도로 철수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 수용을 촉구하며 노숙투쟁에 나선 지 101일 만이었다. 민주당이 빈손으로 돌아선 건 아니었다. 지난 대선 직전 문재인 야권 단일후보와 갈라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천막 안으로 끌어들여 '새정치민주연합' 간판의 야권 통합정당 논의에 불을 지폈다.
국민검사 윤석열 탄생도 천막이 노린 목표 이상의 성과다. 천막당사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여주지청장에게 국회 법사위 국감에 나와 발언하도록 작전을 짰다. 국감에 출석한 윤 지청장은 자신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좌천된 과정에 심각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여당 의원들이 발끈해 윤 지청장에게 댓글 수사로 경질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한다는 것이냐고 질타하자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지청장은 이 한마디로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고, 댓글 여론은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천막에서 시작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천막당사의 효시가 지금의 국민의힘인 것도 아이러니다. 2004년 3월12일 한나라당 주도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민심이 분노로 들끓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23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자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박 대표는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씻고 성난 민심을 달래고자 국회 정문 앞 중앙당사를 매각하기로 하고 여의도 MBC 앞 중소기업종합전시장이 있던 자리에 천막당사를 설치했다. 박 대표가 대국민 사죄의 의미로 절을 올리고 초호화 당사의 현판을 떼어내 천막으로 향하는 회심의 이벤트는 즉효를 낳았다. 전통적 보수가 결집하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에 중도보수가 돌아오면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건졌다. 이명박 정권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진 성공한 정치쇼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거리 투쟁의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면서 민심이 뒤숭숭해지자 탄핵 지지 여론을 재결집해 정권 탈환으로 나아가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야당의 광화문 천막이 2004년 한나라당, 2013년 민주당이 극적으로 여론을 반전시킨 것과 같은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헌재 재판부가 야당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길이 없지만, "탄핵재판은 곧 여론재판"이라는 인식에는 힘이 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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