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위주로 구성된 우크라 의용군…러시아 드론 격추 주력
"30일 휴전 합의에도 러, 밤마다 드론 공격…휴전은 헛소리"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소도시 부차에 어둠이 내리자 32세의 칼립소는 소련제 기관총을 집어 들었다.
6살 때부터 조부에게 사격을 배웠다는 칼립소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레스토랑 매니저를 관두고 여성 의용군 '부차의 마녀들'에 합류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부대원 150명 중 130명이 여성으로 구성된 부차의 마녀들은 러시아의 드론을 격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방공부대다.
전쟁 초기 러시아에 점령당해 고문과 처형의 희생양이 됐던 부차 지역의 여성들은 자식들을 보호하고 조국의 밤하늘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기를 들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특성 때문에 '마녀들'로 불리게 됐다.
칼립소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수많은 민간인이 죽었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발킬리'로 불리는 52세의 한 부대원은 매일 밤 아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준 뒤 전투에 나선다.
수의사였던 그는 부차가 점령당했던 전쟁 초기 세 아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했다가 러시아 군인에 발각됐었다.
검문소에서 러시아군이 아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악몽을 겪었던 그는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다"면서도 "이제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으니 스스로와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의 피해가 커질수록 부차의 마녀들과 같은 의용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병력 손실이 커지면서 칼립소와 동료들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같은 최전방에 배치되기도 했다.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느니 차라리 직접 무기를 들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이들도 있다.
전직 경제학 교수 아쿠마는 "아이들이 다칠까 두려워만 하는데 지쳤다"며 무기를 들면 오히려 안정되고 작지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전쟁 발발 3년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 현지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18일 러시아와 에너지·인프라 시설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칼립소는 러시아가 여전히 밤마다 우크라이나 도시에 샤헤드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헤드 드론을 적어도 3대는 격추했다는 칼립소는 "(휴전은) 헛소리다. 그들은 아무것도 멈추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에도 수도 키이우에서는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5살 난 아이가 목숨을 잃었고 11개월 아기 등 10여명이 부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주에만 1천580발 이상의 공중투하 폭탄과 1천100대의 공격용 드론, 15기의 미사일이 우리 국민을 겨냥해 사용됐다"며 "이러한 공격을 멈추기 위해 러시아를 압박할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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