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앞으로 연예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에게 연 1회 이상 정산 내역과 그 근거가 되는 회계 내역을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31일까지 입법예고됐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14조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기획사)가 대중문화예술인(소속 연예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 회계 장부 등 회계 내역을 지체 없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라는 방법에 대해 기획사와 연예인의 해석 차이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고, 연예인이 기획사를 상대로 자료를 요구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지난 2022년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18년간 몸담았던 당시 소속사로부터 음원 사용료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정산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는 이에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요구가 없더라도' 수익 정산 등 회계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이른바 '이승기 사태 방지법'(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통과시켰고, 다음 달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이러한 법률 개정에 보폭을 맞춰 정산 주기와 제공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의 요구가 없는 경우에도 대중문화예술용역에 관한 계약을 맺은 날로부터 기산하여 연 1회 이상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에게 해당 대중문화예술인과 관련된 회계장부 등 회계내역 및 지급하여야 하는 보수에 관한 사항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산과 관련된 회계 자료 제공 방법으로는 '서면 교부'(전자문서 포함)와 '우편 또는 전자우편'이라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는 자료 제공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조항이 없어 일부 기획사에서는 연예인이 이를 '열람'하는 방식으로만 제공하고 사본은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연예계에서는 찬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와 한국방송실연자협회는 투명한 정산 자료 제공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찬성 의견을 냈지만,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정산 자료에는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고 부득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에 관한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관계자는 "소속사 관련 민원 가운데 정산에 관련된 문제가 가장 많다"며 "정산 내용을 구두로 고지하는 사례도 있고,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해도 (연예인이) 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정산은 문서로 확실히 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연예계 단체 관계자는 "기획사와 연예인의 신뢰 구축을 위해 투명한 정신이 물론 중요하다. 회계 장부를 공개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같은 기획사에서도 여러 연예인이 각자 맺은 조건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공개될 경우 또 다른 예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의 정산 자료는 직장인의 월급 명세서로 보면 안 된다. 그 바탕이 되는 회계 자료에는 각종 수익의 근거 요율, 회사의 방향성과 노하우 등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예민한 사항들이 서면에 담겨 공개된다면 결국 그 내용이 외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규제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말께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금전이 오가는 회계 장부는 투명해야 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며 "회계 내역을 제공해야 하는 계약의 성격을 특정해 달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있어 그 부분은 '대중문화예술용역에 관한 계약'으로 특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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