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점유율 33% 찍고 2월 41% 급반등…약정 상위 종목에 무손실 ETF 포진
'해외주식 경쟁' 밀리자 도입한 새 보상 멤버십에 체리피커 몰려…"순위 왜곡·국부 유출"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해외주식 점유율 1위를 탈환한 키움증권[039490]이 손실 위험 없는 미국 단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팔며 리워드 현금만 챙기는 '얌체족'을 사실상 방조하며 거래량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키움증권은 경쟁 증권사들에 해외주식시장 점유율에서 밀리자 지난 1월 요건을 대폭 낮춘 새 VIP 멤버십을 도입했는데, 이 제도가 '체리 피커'들을 유인하면서 거래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 월간·일간 해외주식 매수·매도 상위 종목에는 'iShares Short Treasury Bond ETF'(SHV), 'SPDR Bloomberg 1-3 Month T-Bill ETF'(BIL),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ETF'(SGOV) 등이 연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ETF는 만기가 1년 이하 또는 1∼3개월 이하의 미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가격 변동성과 호가 스프레드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특성상 거래금액에 따라 최대 수백만원의 현금을 리워드(보상)로 제공하는 증권사 이벤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작년 9월 KB증권이 미국 현지 브로커로부터 이상거래 징후 발견을 통보받고 온라인 매수를 제한한 종목도 이들 ETF다.
키움증권 매수 상위 종목뿐 아니라 매도 상위 종목에도 'SHV', 'BIL', 'SGOV' 등이 포진해 있는 건 이들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고 파는 고객들이 키움증권에 몰려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전체 매매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3월 이들 ETF가 모든 미국주식 종목 거래금액(매수+매도 금액의 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이달 들어 키움증권 일별 전체 해외주식 약정(체결)금액 중 미국 단기채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 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형적인 현상은 키움증권이 지난 1월 도입한 '히어로멤버십'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2030세대 주요 주식투자처로 자리잡은 토스증권, '수수료 완전 무료'를 선언한 메리츠증권 등에 해외주식 점유율 1위 아성을 위협받자, 올초 해외주식 체결금액 기준을 충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소 1만원∼최대 50만원의 현금을 리워드(보상)로 지급하는 새 멤버십을 출범했다. 기간과 총 보상 규모를 정해두는 일회성 이벤트와는 구분된다.
별다른 조건 없이 오로지 해외주식 약정금액만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증권가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멤버십 제도를 도입한 이후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은 치솟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점유율은 작년 1분기 34.5%였다가 2분기와 3분기 33.9%로 하락한 뒤 4분기 33.2%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다 올해 1월은 39.8%로 급반등하더니 2월은 41.3%까지 치솟았다.
이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돈 주고 거래량을 사와 '가짜 1등'을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리워드 비용으로만 2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이 체리 피커들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멤버십 제도를 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같은 결과를 몰랐을 리 만무하고 최소한 방조해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매에 따른 혜택을 일부 얌체족들이 독점하고 불필요한 공매매에 따른 해외 브로커 비용 때문에 국부도 유출되는 꼴"이라며 "해외주식 관련 과당출혈경쟁으로 인한 순위 왜곡이 생겨나고 장기적으론 실질적인 고객 혜택도 감소하게 된다.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 관계자는 "거래량은 2월 중순 시작한 입고 이벤트 때문에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no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