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뒷마당 코앞까지 불길이"…잠 못드는 울주 산불 이재민

연합뉴스 2025-03-24 00:00:16

"30년째 사는 마을에 이런 큰 불 처음"…검은 연기 뒤덮고 집안까지 잿가루

산불 뉴스 시청하는 이재민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집 뒷마당 바로 앞까지 불이 번졌다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이재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저녁 7시 30분쯤 운화리 양달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김명선(62)씨는 "너무 놀라고 불안해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며 "오늘도 불 때문에 푹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마을에는 산불이 발생한 전날부터 대피 명령이 내려져 주민 대부분이 경로당이나 친인척 집 등으로 몸을 피한 상태다.

화재 확산세가 심했던 전날에는 이웃 마을인 음달마을 경로당이 이재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집과 떨어진 곳에서 잠을 청했지만, 주민들은 두고 온 집 걱정에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동네 전체가 검은 연기로 완전히 뒤덮였다"며 "불이 잠시 잦아들었을 때 잠시 집에 갔다 왔는데 집안까지 잿가루가 범벅이고 탄내도 엄청나게 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30년째 이 마을에 사는데 이렇게 큰불은 처음"이라며 "옆집에 사는 사람은 농막에 뒀던 농기계가 싹 다 타버렸다더라"고 전했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

산과 가까운 곳에서 밭을 일구거나 과수를 키우는 주민들은 피해 상황을 확인조차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경로당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주민은 "크지는 않지만 밭을 하나 키우는데 산 근처로는 아예 통행이 통제돼 얼마나 탔는지 확인도 못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 반대편에서 소를 키운다는 한 주민은 "지금 남편은 소 축사가 있는 곳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다행히 경찰과 소방관들이 배치돼 지금까지는 축사 피해는 없다고 하는데 불이 어떻게 번질지 모르니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담요를 나눠 덮은 주민들은 TV에 나오는 산불 뉴스를 시청하면서 서로 위로를 나눴다.

한 주민이 "언제쯤 집에 갈 수 없을지 기약이 없으니 불안하다"고 토로하자 또 다른 주민은 "그래도 인명피해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다독였다.

이번 산불은 전날 낮 12시 12분께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났다.

23일 오후 4시 기준 화선 10㎞의 진화가 완료됐으며, 나머지 4.1㎞에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진화율은 70%다.

대피 명령이 내려진 곳은 첫날 99가구(117명)였으나, 시는 이틀째에는 5개 마을 주민 791명에게 추가로 대피 권유와 안내를 하고 있다. 당초 791명에게 추가 대피령이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후 대피 권유로 바뀌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피 대상자와 권유 대상자는 산불 확산 정도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jja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