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타 버렸을라"…산청 산불 주민 대피소서 '발동동'

연합뉴스 2025-03-23 15:00:02

단성중체육관 등 피신 주민, 구호텐트서 한숨…"번지는 산불에 마음 졸여"

산청군 단성중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구호용 텐트

(산청=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급하게 이동하느라 옷도 제대로 못 가져왔습니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 사흘째인 23일 단성중학교 체육관에 대피한 주민들은 구호용 텐트 안에서 저마다 한숨을 쉬고 있었다.

현재 단성중학교 체육관에는 100여명의 마을 주민이 구호용 텐트 33개에서 각각 생활하고 있다.

시천면 점동마을에서 산불이 난 당일 대피한 배익선(71) 씨는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산불이 나던 날 마을에서 이웃집 2채가 불에 탔다"며 "산불이 주변으로도 계속 번지는 걸로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 없이 나오느라 집에 옷가지를 비롯한 여러 물건 등을 그대로 두고 왔다"며 "우리 집도 불에 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단성중학교 체육관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은 산불의 직접 영향을 받은 시천면 외공·점동·천평·점동마을 등에서 거주했다.

계속되는 산청 산불 진화

이들은 갑작스러운 산불 소식에 강 건너 있는 시천면 사리 한국선비문화연구원으로 피신했으나 산불은 잡히지 않았고,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일대를 뒤덮으면서 전날 밤 부랴부랴 10㎞ 넘게 떨어진 이곳으로 이동했다.

체육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탓에 이들 대부분 생기가 없는 모습이었다.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던 한 80대 남성은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연신 혀를 찼다.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식사를 대부분 남기는 노인들 모습도 목격됐다.

이곳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 대피한 주민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금서면 동의보감촌 휴양림으로 피신한 중태마을 주민들은 뉴스만 바라보면서 뉴스로 산불 상황을 지켜만 봤다.

이웃과 함께 후평마을에서 이곳에 대피한 한호임(84) 씨는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는 소식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 28분께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근 주민 461명이 단성중학교 체육관 등 13곳으로 대피했다.

대피소에는 전체 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돼 구호 물품 전달 등을 하고 있다.

산청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

jjh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