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美 보잉·GE서 총 48조원 항공기·엔진 선제 도입
현대차그룹, 26일 조지아주서 HMGMA 준공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관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적자에 기반한 상호주의를 관세 부과 원칙으로 거듭 천명하면서 세계 8위 대미(對美) 무역 흑자국인 한국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다만 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관세 부과 유연성을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이를 고려한 국내기업들의 현지 투자 어필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48조원 규모 항공기·엔진 구매와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준공식이 대표적으로, 이러한 국내기업 움직임이 트럼프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 트럼프 '유연성' 발언 속 대한항공 48조원 계약…"모범적 사례"
23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 각료들의 '상호주의 관세' 부과 엄포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나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에 따른 예외 가능성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예외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지만 한 명한테 해주면 모두에게 해줘야 한다"면서 관세 예외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유예한 사실도 언급하며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세운 국가에 관세로 돌려주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관세를 맹목적으로 적용하기보단 미국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어느 정도 조정할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난해 미국을 대상으로 8번째로 많은 무역흑자를 올려 이번 국가별 상호관세 여파는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국 기업이나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여지를 노리고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잉 및 GE에어로스페이스와 체결한 '3사 협력 강화 업무협약'이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이번 협약에 따라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총 327억달러(48조원) 규모의 항공기 및 엔진을 구매하기로 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켈리 오트버그 보잉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러셀 스톡스 GE에어로스페이스 CEO 에 더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이 모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한미 양국 장관이 기념식에 함께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러트닉 장관은 협약식 내내 미소를 띠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대한항공 사례와 관련, 정부 중심의 일원화된 창구를 만들어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를 미국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한 모범적 사례라고 해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역적자 축소에 있는 만큼 우리가 앞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들, 미국에서 구매할 것을 잘 정리해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모아 일원화된 창구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 현대차그룹 HMGMA 준공식에 쏠린 관심…"현지투자 대표적 예"
현대차그룹이 오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여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도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알릴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앞서 백악관은 관세 등 통상정책에 따른 현지 투자의 대표적 예로 현대차그룹을 4차례나 거론한 바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2일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인 관세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라며 조지아주에 새로 건설된 13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홍보했다"고 소개했다. 또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11일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를 옹호하며 현대제철의 제철소 설립 검토 보도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번 달 10일에도 미국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글로벌 기업 12곳을 거론하며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고, 조지아주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 20일에도 '트럼프 제조업 르네상스'의 사례로 "현대차도 미국 내에서 생산 현지화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일 개최되는 HMGMA 준공식에 대해선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정의선 회장,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MGMA는 국내기업의 현지투자 및 현지생산 확대의 대표적 예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동차업계는 분석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만약 미국이 추가로 요구하는 상황이 있다면 이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기보다 실익을 따져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선제적으로 나서 미국에 (우리의 기여를) 보여주는 그림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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