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주주행동주의 변화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
소액주주 평균 지분율 47.8%…"상법 대신 핀셋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소액주주 간 연대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영 불안 불식과 지속적인 투자 및 주주 환원을 위해서는 적절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주주행동주의 변화와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 건수는 지난 2015년 33건에서 지난해 73건으로 2.2배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년간 주주제안이 있었던 412개사의 정기·임시 주주총회(총 453회)에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 1천993건을 분석한 결과다.
대한상의는 "최근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결집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기관투자자에서 개인투자자로 이동하는 'K-주주행동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주 권익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지분율 역전 등에 따른 기업의 경영권 불안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재원이 성장·투자 및 주주환원에 사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들의 결집력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이 단일 주주처럼 행동에 나서고 있어, 향후 소액주주 비중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K-주주행동주의의 원인 및 기업에 대한 영향력 예측을 위해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 각각 상위 100개씩, 총 200개사의 소액주주와 최대 주주·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액주주의 평균 지분율은 47.8%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37.8%보다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대 주주가 자연인이거나 시가총액이 낮은 중소·중견 기업일수록 소액주주와 최대 주주 간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 연대에 경영 관여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주행동주의 유형에 따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주주환원,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하는 '수익강화형'은 자칫 단기수익 극대화로 인해 기업의 장기경영이 악화할 수 있다.
또 시민단체와 주주행동 플랫폼이 연대해 이념적·사회 가치적 목표를 추구하는 '이념개입형'은 집중투표제 도입, 보수심의제, 기업 민주화 등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러한 이념적 경영개입은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글로벌 사모펀드 등이 경영권 인수나 차익실현을 위해 경영권 확보, 이사회 장악,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경영권 인수형'의 경우,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으나 국가기간산업과 핵심기술이 해외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경영 불안에 대응해 방어지분 쌓기에 치중하면서, 실질적인 투자나 주주 환원에는 집중하지 못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서 보장하는 경영권 방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액주주 결집이 나타나며 외국에는 없는 K-주주행동주의가 주주권익 강화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며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해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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