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불안정에 전략적 가치도 하락…일본·필리핀이 해양 견제 핵심 축"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통상적인 초반 해외 순방지였던 한국 대신 필리핀을 선택한 것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2일 헤그세스 장관이 하와이·괌을 거쳐 필리핀·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다는 미 국방부 발표를 두고 "특히 한국을 빼고 필리핀을 포함했다"며 "전문가들은 이 일정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고, 필리핀이 더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일본·한국·인도를 택했고, '트럼프 1기' 시기 제임스 매티스 장관은 2017년 한국과 일본을 찾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딩둬 중국남해(남중국해)연구원 지역국별연구소장의 의견을 인용, 현재 한국의 정치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점,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와 북미 관계에서 자기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 미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필리핀·일본에 비해 낮다는 점 등을 '한국 패싱'의 근거로 들었다.
글로벌타임스는 헤그세스 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하는 것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을 만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첫 방문지로 필리핀과 일본을 선택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둘러싼 해양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필리핀·일본과의 동맹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딩 소장의 언급을 소개했다.
딩 소장은 또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 사이에 미국의 정책 예측불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헤그세스는 필리핀과 일본을 안심시키기 위한 이 방문에서 강한 외교적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이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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