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이 전체의 56% 차지…2023년 3월 '동해안산불' 10일간 이어져
내화력 강한 활엽수 심고 숲 가꾸기 필요…논·밭두렁 태우기 중단해야
(의성=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건조한 대기 상태에 강한 바람이 부는 봄에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천455건이다.
이에 따른 피해 면적은 4만32㏊에 이른다.
산불은 건조한 상태에서 야외 활동이 많은 봄철에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이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생 건수 546건 중 봄철(3∼5월)이 303건으로 56%를 차지했다.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71건(31%),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으로 뒤를 이었다.
봄 산불이 많은 통계를 반영하듯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 이어 22일 경북 의성 등에서 잇따라 산불이 나면서 23일 오전 3시 현재 3천285.11㏊의 산림이 탔다.
또 산청 산불로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역별 피해 면적은 경북 의성 1천802㏊, 산청 1천329㏊, 울산 울주 85㏊, 경남 김해 70.11㏊다.
대형 산불이 봄에 집중된 것은 역대 산불 기록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2022년 3월 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에서 발생한 '동해안산불'로 산림 2만523㏊가 탔고 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1996년 4월 강원 고성에서 난 산불로 산림 3천762㏊가 탔고 49가구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0년 4월 강원 고성·강릉·동해·삼척에서 난 대형 산불이 2만3천794㏊를 태우는 등 동해안 전역을 휩쓸었다.
2002년 4월 충남 청양·예산에서 난 산불은 3천95㏊의 산림을, 2005년 4월 강원 양양산불은 973㏊의 산림과 천년고찰 낙산사까지 삼켰다.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에서 난 산불은 3일간 2천872㏊, 2020년 4월 경북 안동에서 난 산불은 1천944㏊의 산림 피해를 냈다.
이렇게 3월과 4월 봄에 대형산불이 자주 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 속에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꼽힌다.
강원지역의 경우 '양강지풍' 또는 '양간지풍'이라고 부르는 최대 초속 20∼30m의 국지적 강풍이 불면서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곤 한다.
강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봄에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한다.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서도 초속 10m 이상 강한 바람이 불었고 의성 산불 현장에서도 초속 5m 이상 강풍이 불었다.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많은 숲 특성도 대형 산불 원인 중 하나란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산림 전문가는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를 심고 숲 가꾸기를 통해 나무 사이 간격을 떨어뜨려 안전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무엇보다 산불이 나지 않도록 개인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행정당국 입장이다.
행안부는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 시 성냥·라이터 등 화기 물질을 가져가지 말고, 산과 인접한 곳에서는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영농부산물 쓰레기를 무단 소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무단 소각 행위만으로도 과태료를 받을 수 있으며,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소각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의성군 안평면사무소에 마련된 현장지휘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모든 장비를 총 동원해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라며 "봄철 대기가 많이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니 산불 예방에 적극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