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에서 밝혀…계엄·탄핵엔 "'극한대립' 사회 환부 곪아터진 것"
"젊은 세대 절망감이 혐오·불신 번져"…양극화 해소 방안 등 제시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히 기술과 기업을 우위에 두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죠.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불균형한 부의 축적 과정에서 뒤처진 분들이 성장의 대열에서 탈락하지 않게 하는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좌표를 5.5에 두는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출간되는 자신의 저서 '다시 성장이다' 1부에 담긴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의 토론에서 '0을 극좌, 10을 극우로 둔다면 두 분의 위치는 어디쯤인가'란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여권 내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자신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내세운 것이다.
오 시장은 국내의 현 위기 상황에 대해 "계층 이동의 기회를 상실한 세대의 절망감이 전 사회적 혐오와 불신으로 번지며 극단적 진영 정치를 부채질하고 있다. 극성 팬덤과 포퓰리즘의 노예가 된 정치는 보복과 극한 대립, 국정 표류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불치병 수준인 한국 사회의 환부가 곪아 터진 것이 비상계엄 선언으로 촉발된 탄핵 국면이 아닐까 싶다"고 진단한다.
또 탄핵반대 집회 참석자들에게 '극우'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대 논리를 편다.
오 시장은 "탄핵을 29회나 남발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지, 거기에 무슨 극우가 있고 극좌가 있나"라며 "거기(탄핵반대 집회)에 앉아 있다고 해서 모두가 계엄이 잘한 일이라고 동의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한다.
정당의 기능에 대해선 "과잉 정치화 현상을 만드는 데 중앙당이 역할을 한다"며 "어느 나라에서 원내대표가 있는데 당 대표를 따로 뽑나. 당내에 바람직한 담론이 형성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독일이 탈원전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겪는 반면 미국은 인센티브에 기반한 실용주의를 표방해 성장하고 있다면서 "미국 시스템의 장점을 배우되,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격차는 핀란드식이건 스위스식이건 무얼 가져와서라도 보완하면서 국가를 운용해야 한다"고 밝힌다.
책의 2부에서는 서울 시정으로 추진해온 '5대 동행(도전·성취, 약자, 미래세대, 지방, 국제사회)'을 바탕으로 성숙한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오 시장은 국가 전반에 창의와 혁신을 심기 위한 인센티브 경영 철학의 중요성과 중선거구제, 양원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보수일수록 약자를 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성공할 수 없으며, 오세훈표 '디딤돌 소득'을 전국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 시장은 이재명식 기본소득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가장 약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복지의 혜택이 줄어든다"며 "보편이라는 선의로 포장된 불의"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이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 공공의 재원을 마련하되, 이 재원으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지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복지 국가"라고 강조한다.
또 기성세대만 중시하는 국가 운용 방식을 미래세대를 우선시하고 세대 간 균형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 기본소득 등의 구상을 비판한다.
저출생 해결을 위한 '어린이청' 신설과 직무급 및 성과급제 임금 체계를 도입하는 노동개혁, 5개 초광역권으로 묶는 지방발전 전략, 핵 잠재력 증강을 통한 안보 강화도 주장한다.
오 시장은 이번 저서를 '사실상 대선 비전 전략서'라고 소개했다. 지난 14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직후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일간·분야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바 있다.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