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중일, 트럼프 불확실성에 접근…기묘한 안정 연출"

연합뉴스 2025-03-23 12:00:10

"경제협력 우선해 현안 해결 미뤄…中, 미러 접근에 한·일과 관계개선 모색"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도 현안 해결 못해…양국 동상이몽 지속될 듯"

악수하는 한중일 외교장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국, 중국, 일본 외교장관이 22일 도쿄에서 만나 교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3국이 서로 접근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고 23일 보도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전날 열린 회의에서 북한 문제 등에 견해차를 드러냈지만, 경제 협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왕 주임은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와 이어 개최된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을 염두에 두고 보호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한중일이 이번 회의에서 경제를 축으로 하는 협조를 우선시하고 민감한 현안 해결은 뒤로 미뤘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무역적자 등을 문제시하며 양국을 상대로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는 일본과 한국이 동맹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트럼프 정권 아래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일본,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흔들리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은) 미국이 관여하지 않는 한중일 체제를 활용해 일본, 한국과 각각 관계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접근하는 데 따른 초조함도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다가가려는 배경이라고 닛케이는 해설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대립하며 중러 경제 협력을 추진했는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으로 이러한 구도가 바뀔 가능성에 대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닛케이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양자 관계에서 각각 적지 않은 현안을 두고 있으며, 한일 양국의 정세가 불안정해 일본이 연내 개최를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의 시기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을 대신해 지도력을 보이고자 하는 중국에 대해 일본과 한국은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3국의 생각이 뒤얽힌 가운데 동아시아의 기묘한 안정이 연출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한일 양국에 접근했고, 한국과 일본도 지역 안정을 위해 한중일 협력을 모색했다고 해설했다.

아사히는 "일본과 한국은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해 가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악수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과 일본이 전날 외교장관 회담과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를 열었음에도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바라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는 여전히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왕 주임은 중국 선박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해역 진입이나 중국 당국의 일본인 구속 등과 관련해 전향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6년 만에 개최한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장관급 인사는 2019년 5명에서 이번에는 1명으로 줄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왕 주임이 지난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예방한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며 삭제를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시바 총리가 왕 주임에게 '중국 측이 자세히 설명했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는데, 일본 정부는 이러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요미우리는 "양국 간 현안 해결의 어려움이 다시 드러났다"며 "일본과 중국 간 고위급 교류에서는 동상이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