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당국, 시야 확보 어려워 산불 진화헬기 헬기 투입 지연
(산청=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앞이 하나도 안 보이네요. 산불 진화 헬기도 못 뜰 것 같아서 너무 걱정됩니다."
23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사리 덕천강변에서 만난 조영환(71) 씨는 불안한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대형 산불 사흘째인 이날 산청 일대는 산불로 인한 뿌연 연기와 나무 탄내로 뒤덮여 있었다.
이따금 불에 탄 재가 공기 중에 어지럽게 흩날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앞서 조씨는 "70년 넘게 산청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재앙은 처음 본다"며 "아직 불길이 이곳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 때문에 불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산불로 집이 몽땅 타버린 이웃들이 우리 동네로 피신한 상황을 보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청지역 다른 주민들도 조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산불이 난 지역을 응시하던 정영태(64) 씨도 "지금 동네 전체가 뿌연 상황에다가 일기 예보를 봐도 당장 비 소식은 없어 불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노심초사했다.
그는 "아직 불길이 반도 안 잡힌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이웃들이 대피한 이곳까지 번질까 우려된다"며 "연기가 걷혀서 빨리 불길을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9시 기준 산불 진화율은 30%다.
당초 도와 산림청, 소방당국 등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로 진화하려고 했으나 일대에 뿌옇게 확산한 연무 탓에 작업이 지연됐다.
관계 당국은 기상 등이 좋아지는 대로 헬기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일 방침이지만, 시야가 언제 제대로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불이 나면서 주택 6채와 사찰 2곳 등 시설 15곳이 모두 탔다.
현재 주민 330세대 461명은 인근 금서면 동의보감촌 등 13개 곳 등으로 대피한 상황이다.
jjh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