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땐 선거법 저촉 우려 행사 연기·취소 등 불가피
"유동적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부담" 하소연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정 관리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한 헌법재판소는 3주가 지난 일요일인 이날까지도 선고일을 고지하지 않았다.
애초 법조계와 정계 안팎에서는 지난 주중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 주를 또다시 넘기게 됐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봄철 각종 행사를 준비하는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만약 탄핵소추가 인용돼 조기 대선(60일내 실시)이 결정되면 계획했던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전 60일부터 행사 개최·후원 등 자치단체장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이를 위반했다가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확정 형량이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피선거권 상실과 함께 직위를 상실할 수 있다.
물론 행사를 무조건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최·후원할 행사가 법령에 규정된 것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민 동의가 꼭 필요한 사업 설명회나 정기적인 주민체육대회, 계절 축제나 전통 축제를 개최·후원하는 것도 현행법상 허용된다.
충북도의 꽃문화 축제인 청남대 영춘제(4월 24일∼5월 6일)를 비롯해 제천 청풍호 벚꽃축제(4월 1∼13일), 단양 소백산철쭉제(5월 22∼25일) 등은 개화 시기에 맞춰 여는 특성상 조기 대선 여부와 관계 없이 예정대로 개최될 전망이다.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시기에 맞춰 그의 고향인 옥천에서 여는 지용제(5월 15∼18일)나 봄 축제로 잘 알려진 음성품바축제(5월 21∼25일) 역시 법적으로는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로서는 단체장이 참여하지 못하는 행사를 기획할 수 없는 노릇이고, 설령 법적으로 문제없는 행사를 개최·후원한다고 해도 단체장의 언행이 괜한 시빗거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심이 큰 상황이다.
이미 진행 중인 행사도 탄핵심판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
충북도는 김영환 지사의 시군 순방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25일 보은군·27일 음성군·31일 증평군과 4월 3일 단양군·8일 진천군·10일 옥천군 방문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순방 일정에 앞서 조기 대선이 결정된다면 후속 일정은 무기한 연기한다는 게 도의 방침이다.
도지사의 방문 일정에 맞춰 도정설명회에 참여할 지역 기관단체장과 관계자, 주민 등 200∼300명을 초청하는 일선 시군 입장에선 현 상황이 상당히 부담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많은 주민을 초청했다가 취소하게 되면 이유가 있더라도 실례 아니냐"며 "탄핵심판 결론이 빨리 나오면 그것에 맞게 대응할 텐데 유동적인 상황이 계속돼 부담만 쌓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당장 행사 준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당혹스럽다"면서 "만약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시군의 대표 축제 등에 단체장도 참석하지 못하고 행사가 축소될 수 있으니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