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나간 동물 라이카 소재…다른 존재 대하는 인간의 태도 조명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957년 11월 3일 모스크바. 사람들은 소련 국기를 들고 환호하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의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으로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이번에는 처음으로 생명체를 지구 밖으로 보내려 한다. 발사된 우주선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탐사견 라이카다.
지난 19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른 창작 뮤지컬 '라이카'는 최초의 우주 탐사견 라이카가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냉전 시대 소련이 스푸트니크 2호에 탐사견을 실어 보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뮤지컬은 막을 올린 뒤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제시하고 소련 국기를 든 앙상블의 모습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은 역사적 사실을 드러낸다.
'라이카'는 탐사견이라는 소재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다른 존재들을 대하는 태도를 조명한다. 라이카는 위험한 우주에 인간 대신 보내진 존재다. 소련 사람들이 라이카에게 환호를 보내는 이유는 우주로 가는 라이카가 마르크스·레닌 사상의 우수함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카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존재인 셈이다.
'라이카'는 인간의 행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차용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등장시킨다. 라이카가 우주선을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행성. 그곳에는 어린왕자와 장미, 바오밥이 살고 있다. 어린왕자는 인간을 혐오해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는 외계인이다. 어린왕자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가 논해지고 관객은 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라이카의 감정적 변화는 관전 요소 중 하나다. 라이카는 인간을 믿고 사랑한다. 그런 라이카가 자신이 인간에게 이용당한 소모품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작품의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소설 '어린왕자' 속 캐릭터를 활용한 노래와 춤이 눈에 띈다. 앙상블 바오밥은 "바오밥"이라고 노래하며 리듬을 형성하고 캐스터네츠를 활용한 춤을 선보인다. 본인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장미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등 동화와 같은 아기자기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로케보트의 로봇 춤과 중독적인 노래는 공연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그 외 우주선 모양의 커튼, 스크린에 비치는 우주 영상 등은 극의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역할을 한다.
다만 지구 공격을 둘러싼 어린왕자와 라이카의 갈등이 해소되고 이후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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