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밀리언셀러에 고척돔 입성까지…가상 아이돌 인기 어디까지

연합뉴스 2025-03-23 09:00:04

이세계 아이돌, 고척돔서 단독 공연…블랙핑크 이후 2번째 걸그룹

플레이브는 '빌보드 글로벌' 진입…"대중성 높이려면 소통 특화해야"

이세계아이돌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앨범 발매 첫 주 판매량 100만장 달성, 대규모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 입성….

'K팝 비주류'로 여겨졌던 가상(버추얼) 아이돌들이 정상급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다.

23일 제작사 패러블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가상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은 오는 5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오프라인 행사 '이세계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단독 공연을 선보인다.

가상 아이돌이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팝 걸그룹 전체를 놓고 봐도 2023년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이후 2번째 사례다.

이세계 아이돌은 인터넷 방송인 '우왁굳'이 2021년 결성한 걸그룹이다. 소위 '본체'로 불리는 실연자가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면 2차원(2D) 캐릭터가 이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멤버 6명은 가수이자 버튜버(가상 유튜버)로 활동하며 팬덤을 형성했다.

지금까지 3장의 싱글과 다수의 커버 곡을 낸 이들은 2023년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첫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이세계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행사는 서울 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인 고척돔에서 진행하게 됐다.

김영민 패러블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버추얼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려 한다"며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무대는 물론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 보이그룹 플레이브

5인조 가상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K팝 공식을 적용한 음악과 팬덤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가상 아이돌의 대표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발매한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1'(Caligo Pt.1)은 한터차트 기준 발매 첫 주 103만여장이 팔리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미니앨범 타이틀곡 '대시'(Dash)는 발매 직후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정상을 찍은 데 이어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195위로 진입했다.

발매 첫 주 밀리언셀러 달성 기록과 빌보드 글로벌 차트 진입 모두 가상 아이돌로서는 최초다.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는 청량감을 선사하는 팝 록 기반의 음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통한 즉각적인 소통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세를 불려 나갔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상 아이돌은 음악 콘텐츠뿐 아니라 예능, 실시간 콘텐츠의 생산·소비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댓글을 달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는 점이 SNS와 닮아있어서 가상 아이돌의 낯선 면은 희석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에스파와 무대 오른 가상 아티스트 나이비스(가운데)

이처럼 가상 아이돌의 인기가 이어지면서 가상 아티스트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첫 가상 아티스트 나이비스는 '서울디자인 2024' 홍보대사로 선정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달 초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에서는 신곡 '센서티브'(Sensitive) 무대를 선보였다.

패러블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이세계 아이돌의 뒤를 잇는 새로운 가상 걸그룹 아이리제를 데뷔시켰다. 이 밖에도 7인조 가상 보이그룹 스킨즈, 4인조 가상 걸그룹 아이시아 등이 올해 중 데뷔를 예정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서브컬처(하위문화)로 여겨지던 가상 아이돌이 점차 주류로 부상하는 과정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작사들 역시 음악 면에서 발전을 꾀하는 한편 웹툰, 웹소설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친근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TV보다는 극장,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기존 공식과 다른 접근법을 찾고 있다"며 "아이리제는 뮤직비디오를 줄거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하는 등 음악과 함께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 아이돌을 낯설게 여기는 시선을 넘어서는 것은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가상 아이돌의 장점인 소통을 특화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상 아이돌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보다는 상호 소통을 강화하는 기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콘서트에서 대중들과 호흡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만큼 기존 강점인 소통을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브 오프라인 콘서트 사진

c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