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늘었는데 인력난 갈수록 커져…너도나도 '엑소더스'
베테랑 맥락 끊기고 전반적인 수사 역량 저하 우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정다움 김혜인 기자 = "형사과에 들어가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빠져나간 인원을 채우려 '모객'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광주경찰청 경위 이하 직원 인사가 한창인 23일 일선 경찰서 수사 부서마다 실무진들의 잇단 이탈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상무지구 등 중심지를 관할하는 서부경찰서의 경우 형사과 현원의 약 3분의 1인 16명이, 수사과도 약 27%를 차지하는 21명이 지금 부서를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에서 치안 수요가 가장 높은 북부경찰서, 가장 넓은 면적을 담당하는 광산경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북부에서는 형사 10명·수사관 26명, 광산에서는 형사 14명·수사관 16명이 각각 이번 인사 때 다른 부서로 옮길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동부경찰서와 남부경찰서의 수사과·형사과 직원들도 현원의 20∼30%가 전보를 희망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기점으로 업무량이 크게 늘면서 전국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광주 경찰은 지난해 창설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를 일선 직원들로 채운 뒤 그 인력 공백은 해소하지 못하면서 올해는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한 수사관은 "수사권 조정 후 고소장 반려가 안 돼 업무 부담이 종전보다 커졌다. 중요 사건이 있으면 퇴근을 못 하고 휴일에도 일해야 하는데 수당, 승진 등 보상에서 다른 부서에 비해 장점도 없다. 긍지와 보람을 잊은 지 오래"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경찰의 핵심 기능인 수사·형사의 기피 부서 현상은 종국적으로 치안 수요자인 시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는 "베테랑 밑에서 수사 기법과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이 중요한데 인사철마다 인력 유출로 맥이 끊기고 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전반적인 수사 역량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담긴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수사 경과자 정원 대비 66명이 부족한 상태인데 대책은 있느냐",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수사 부서 업무 과중 문제가 심각해 지금 인원으로 감당이 될지 걱정"이라고 각각 질의했다.
이에 박성주 광주경찰청장은 "수사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수사본부 차원의 노력은 계속돼 왔고, 광주청에서도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사업무 효율화 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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