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객 활성화 신호탄…단기여행 늘 것"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정부가 오는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자 여행업계와 면세업계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보였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경주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오는 3분기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다음 달 중 시행 계획을 먼저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 관광객은 현재 제주도에만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올림픽 활성화 차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입장권 소지 등 제한적으로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바 있지만,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대대적 비자 면제를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건 중국인 관광객이 내수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60만명으로, 전체 인바운드(국내 유입 관광)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100만명 증가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08%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중국에서 먼저 작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따른 상호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관광객이 늘어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짧은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과 시간이 드는 비자 발급이 여행 활성화의 장벽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개별 여행은 몰라도 중국 단체 여행 시장은 회복이 더뎠다"며 "예전처럼 중저가 상품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 안 되겠지만, 일단 무비자 시행만으로도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 한국으로의 여행 계획 부담이 적어져 1박2일, 2박3일 등 여행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K팝 공연이나 팬 미팅 등 다양한 문화 체험 위주의 여행 수요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무비자를 허용하면 불법 체류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중국 전담 여행사로 모집한 단체관광객에 한 해 무비자를 허용하기 때문에 이탈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중국 전담 여행사를 통한 단체객 중 이탈률은 0.47%에 그친다.
한 중국 전담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전담 여행사가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면 전자 관리 시스템에 명단을 올리고, 여기에서 불법체류자가 발생하면 다달이 법무부 등에 보고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단체관광객(유커)가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면세업계 역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 면세점 입점 고객 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면세업계에선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한한 단체객의 1인당 구매액은 일반 단체관광객 대비 서너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전통적인 대규모 단체관광객 중심에서 벗어나 소규모 고단가의 기업 출장, 포상 관광, 콘퍼런스 참가자와 개별관광객(FIT)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질적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말까지 5만명 이상의 기업 포상 단체관광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중국 내수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예전만큼의 소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무비자 허용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활성화의 신호탄"이라면서도 "중국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방문을 하더라도 실제 소비로 이어질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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