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카데바 기증 규정 개정·'공유 거점' 시신 제공기관 지정 예정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앞으로 해부학 실습용 시신(카데바)을 의과대학끼리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시신을 기증받은 곳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는데, 정부가 의대생 증원에 따라 해부용 시신이 부족해질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2일까지 2025년 연구·교육 목적 시체 제공기관 운영 지원 사업에 참여할 의대와 종합병원을 모집한다.
올해 사업 예산액은 7억9천200만원으로, 지난해 사업 예산의 3배다.
올해는 연구 목적 시체 제공기관을 4곳 지정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교육 목적 시체 제공기관 1곳을 뽑는다.
이 가운데 교육 목적 시체 제공기관 1곳에는 예산 5억1천200만원이 들어간다. 전체 예산의 64%이자 연구 목적 제공기관 1곳당 예산(7천만원)의 약 7.3배다.
교육 목적 제공기관에는 기관 운영비와 장비비로 4억2천만원이, 시신 수급·처리 인력 등 인건비로 9천200만원이 쓰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부학 실습에 쓰이는 카데바를 다른 기관에 지원해 줄 거점 기관을 하나 더 선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는 시신을 기증받은 기관에서만 해당 시신을 해부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른 시일 내에 관련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시신을 다른 기관에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예산으로 운영을 지원받아 거점이 될 교육 목적 시체 제공기관에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시신 기증을 받을 때부터 다른 의료기관으로도 시신을 공유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기증 동의서 서식을 바꿀 예정"이라며 "특정 학교에서 실제로 필요한 수보다 더 많은 시신을 기증받은 경우 다른 대학으로 시신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목적 시체 제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다른 곳으로 시신을 보내기까지 보관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실제 시신 공유를 위한 규정 개정이 있기까지는 작지 않은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고, 실습 교육을 위해 의대 간 시신을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자 의사 사회로부터 비판 여론이 일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해 3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는 약 1천200구인데, 실제로 의대에서 활용하는 카데바는 800구 정도"라며 "800구를 활용하는 학교들도 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떤 학교는 남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증자가 지정할 경우 그 기관에서만 (시신을) 활용하도록 한 현행 제도상의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으로 시신의 재배분이 이뤄져도 그 수가 부족하다면 외국처럼 (카데바)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이 나오고 얼마 뒤 사직 전공의 1천360명은 박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카데바를 수입하고 의대끼리 공유한다는 말로 우리 마음을 짓밟고 시신을 기증한 분들의 고귀한 뜻을 도구화했다"고 그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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