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북저' 기압계에 건조·강풍…동시다발 산불로 이어져

연합뉴스 2025-03-23 00:00:09

산지 많은 백두대간 동쪽에 고온건조한 강풍…습도 '뚝'

울산·포항 등 '3월 하순 최고기온' 신기록까지

의성군 대형 산불…대응 3단계 발령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남고북저' 기압계에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바람이 거센 날씨가 나타나면서 22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에만 산불 16건이 새로 발생했다.

전날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가 산불이 이어진 것이다.

산림청 실시간 산불 정보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 현재 14건의 산불이 아직 '진화 중'인 상태다.

이날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충청·호남·영남에 '심각' 단계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수도권과 강원엔 '경계' 단계 경보가 내려졌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산불 99%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날씨를 산불의 주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 산불이 발생하고 커질 확률은 크게 달라진다.

이번 주말은 산불 발생 위험성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인 가운데 우리나라 남쪽엔 고기압, 북쪽엔 저기압이 자리한 기압계가 유지되면서 맑고 서풍이 불어 드는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에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 강원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우리나라로 서풍이 불면 백두대간 동쪽의 기온이 크게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를 때 차고 건조해졌다가 정상을 넘어 내려갈 때 다시 따뜻해지면서 산 아래 지역에 고온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현상'이 나타나서다.

특히 이번 주말엔 따뜻한 공기가 뚜껑처럼 산 위를 덮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백두대간 동쪽으로 고온건조한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됐다.

오후 5시 현재 서해안 쪽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 습도가 25% 이하다.

경북 청송군은 습도가 11%에 불과하다.

전날 큰 산불이 발생한 산청의 경우 전날 오후 5시께 실효습도가 24%대까지 떨어졌다. 실효습도는 최근 닷새간 상대습도를 토대로 계산하며 나무 등이 메마른 정도를 나타내는데, 통상 50% 이하면 큰불이 나기 쉬운 상태로 본다.

백두대간 서쪽인 서울은 전날 실효습도가 가장 낮았을 때도 30%대를 유지했다.

동쪽 지역은 이날 기온까지 기록적으로 높게 올랐다.

이날 울산과 경북 포항 낮 최고기온이 각각 25.6도와 26.3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3월 하순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경북 경주(최고기온 26.5도)와 경남 의령(최고기온 26.8도)·김해(25.6도) 등에서도 3월 하순 일최고기온 신기록이 세워졌다.

당분간 백두대간 동쪽과 제주를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다.

다만 강원영동과 경북북동산지, 경북북부동해안 등을 중심으로 한 강풍은 다소 잦아들 전망이다.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