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봉테일'을 만든 텍스트 탐험…신간 '봉준호 되기'

연합뉴스 2025-03-22 13:00:03

'사회학자' 봉준호 이해 돕는 안내서 '봉준호 영화들'

봉준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근 할리우드 SF 영화 '미키 17'을 개봉한 한국의 대표 거장 봉준호 감독을 소재로 한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영화평론가 남다은과 장한석이 쓴 '봉준호 되기'는 '봉테일'(봉준호와 디테일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봉준호 창작물의 원천이 된 텍스트들을 파고든 책이다.

지금의 봉준호와 그의 영화를 있게 한 영감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한다. 제목은 배우 존 말코비치의 두뇌 속으로의 가상 여행을 다룬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1부에선 마틴 스코세이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이마무라 쇼헤이, 김기영, 앨프레드 히치콕 등 감독들이 봉 감독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명한다. '만화광'으로 알려진 봉 감독의 만화 사랑도 엿볼 수 있다.

두 저자는 네 차례에 걸쳐 총 8시간 봉 감독을 인터뷰해 책의 2부에 담았다. 그가 이전에 했던 언론 인터뷰도 인용했다. 봉 감독은 추천사에서 "부끄럽지만 이것이 나의 지난 이야기다. 과거의 마침표이자 미래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고 쓰기도 했다.

3부에서는 봉 감독을 시네마의 세계로 이끈 할리우드 장르 영화를 생생하게 탐사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강연록 '하마구치 류스케가 봉준호에게 배운 것'은 부록에 수록됐다.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 오른 봉준호 감독

사회학도 출신으로 사회학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펼치는 봉 감독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본 '봉준호 영화들'도 출간됐다. 봉 감독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드러내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책으로, 채프먼대학교 영화학과 교수이자 영화평론가 이남이 썼다.

책은 봉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기생충'(2019) 그리고 신작 '미키 17'에 이르는 모든 작품을 아우른다.

저자는 '살인의 추억'을 연쇄살인범을 잡지 못하는 형사들의 무능을 군사 독재 정권이라는 더 큰 맥락 속에 놓은 작품으로, '플란다스의 개'와 '마더'는 가혹한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타락한 인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소개한다.

계급과 공장형 축산을 각각 소재로 한 '설국열차'와 '옥자'에선 봉 감독의 사회학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기생충'을 통해서는 신자유주의하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현실을 고발한다고 해석한다. 봉 감독의 최신작이자 할리우드 SF 영화 '미키 17'에 숨어 있는 의도도 볼 수 있다.

▲ 봉준호 되기 = 강. 348쪽.

▲ 봉준호 영화들 = 미메시스. 432쪽.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