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정적 체포 뒤 시장불안에 리라화 11%·주가지수 8% 폭락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종신집권을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야권 탄압이 촉발한 정치 위기가 국고 120조 달러(약 17조5천800억 원)를 소진시켰다.
파이낸셜뉴스(FT)는 2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리라를 방어하기 위해 역대 최대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튀르키예 경찰이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을 뇌물수수, 테러단체 연루 등 혐의로 체포한 지난 19일 당일에만 115억 달러(약 16조8천500억 원)가 리라 방어에 투입됐다.
이는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역대 외환시장 개입 최고액보다도 4배나 많은 수준이었다.
당시 리라는 달러 대비 11%나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이 20일과 21일에도 시장개입을 이어 나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튀르키예 금융당국은 리라 예금자들의 달러 환전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간 익일물금리를 인상하는 등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다른 조치도 병행했다.
이에 따라 리라의 하락세는 다소 완화했다.
다만 이스탄불 증권시장의 'Bist 100' 지수는 21일 하루에만 8%나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2023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이후 추진된 경제 개혁 정책에도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 출신인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장관이 주도한 경제 개혁 정책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 인상과 국고를 늘리기 위한 증세가 골자다.
이 같은 정책이 일부 효과를 내면서 2022년 말 85%를 넘었던 물가상승률은 현재 39%까지 하락했다.
또한 튀르키예의 외화보유고도 최근 금융위기 이전 1천억 달러(약 146조5천500억 원)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의 야권 탄압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튀르키예 자산에 대한 투자에 더 신중해진 분위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전통적인 경제학적 처방 대신 중앙은행에 저금리를 요구하는 등 비정상적인 경제정책으로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튀르키예 대도시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야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 중이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