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 극복 인간승리…1억원 기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남의 옷을 만들어주면서 정작 자신은 벗고 있는 바늘처럼, 이제 나보다 남을 위해 살고 지역사회에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부산에 있는 맞춤 양복점 당코리테일러 이영재 회장은 반세기 넘게 양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 성금 1억원을 기부 약정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381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50년 넘게 쌓아온 그의 나눔 철학과 인간 승리의 여정이 다시금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 회장은 중증(호흡) 고도 장애인으로 3차례 대수술과 만성질환, 통증 속에서도 자기 일과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와 나눔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1969년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고향 김해를 떠난 그는 부산 광복동에서 양복 일을 배운 1세대 테일러다.
양복점에서 24시간 생활하면서 죽기 살기로 양복 기술을 배웠지만, 건강이 악화해 폐 수술만 3차례 하는 등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했다.
오랜 투병 생활과 대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살아난 이 회장은 '제2의 인생을 산다'는 생각으로 청년회의소(JCI), 국제적인 봉사단체 라이온스와 로타리클럽에 가입하고 장애인을 비롯해 취약계층을 위해 50년간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 부산시에서 모범선행상과 부산시장 표창장을 받았고, 2018년에는 '자랑스러운 부산 시민상'도 받았다.
2015년 부경대에서 명예 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9년에는 부산시 백년장인 브랜드 '백년이어가(家)'에 선정되면서 성공한 장애인 기업가가 됐다.
이 회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맞춤 양복 기술을 인정받아 지금도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주문받아 양복을 제작해 보내고 있다.
그는 '신사복 미학', '옷은 사람이다' 등을 출간한 저자이자 대학과 방송국, 신문사에서 의복 예절 등을 주제로 강연과 칼럼을 쓴 경험을 살려 다음 달부터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과 결혼, 의전·의식에 맞는 착장 예절과 에티켓을 알려주는 문화강좌를 매주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최고의 명품 양복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 병을 얻었다"며 "다시 생명을 얻어 감사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 장애인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봉사하면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