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이탈리아서도 독신자 '해외 입양' 길 열린다

연합뉴스 2025-03-22 07:00:04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치원에서 창밖 바라보는 아이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보수적 가톨릭 전통이 뿌리 깊은 이탈리아에서도 미혼 독신자가 해외 아동을 입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1일(현지시간) 독신자 해외 입양 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1983년에 제정된 국제 입양법이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가 집이 필요한 아동을 돕고자 하는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독신자도 이론적으로 아동에게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야권에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을 품은 이탈리아는 다른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가톨릭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 사회로 분류된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2022년 9월 조기 총선에서 전통적인 가족 가치와 반이민 정서를 내세워 총리직에 올랐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이미 독신자의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제1야당 민주당(PD)에서 인권 분야를 담당하는 알레산드로 찬 하원의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멜로니 정부는 이제 더 이상 혼인 여부가 아니라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국제 입양에만 해당하지만 이를 계기로 국내 입양법도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에서는 이미 동성 커플에게도 입양권을 확대하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