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주자' 이스탄불시장 체포 후 혼란
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 "주말 시위장소 접근 삼가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야당 대권주자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체포된 데 대한 반발하는 시위대에 "공공질서 훼손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영 TF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연설을 통해 "거리의 테러에 결코 굴복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파괴 행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이마모을루 시장의 소속당 공화인민당(CHP) 지도부에겐 "CHP 대표가 이끄는 곳은 막다른 길"이라며 "법정이 아니라 거리를 향해 절도, 강도, 사기, 불법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CHP는 불법조직에 연루돼 부패에 깊이 빠지고 쿠데타와 테러를 조장하는 등 행동으로 합법적 정당의 자격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경찰을 공격하고 판사와 검사를 위협하고 법원을 압박하고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반민주적인 수단에 의지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이룰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날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전날 시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16명이 부상당했고, 소셜미디어에서 선동 행위를 한 계정 소유주 326명을 포착했으며 이 가운데 56명을 체포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일마즈 툰츠 튀르키예 법무장관도 엑스에서 "집회·시위는 기본적 권리지만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 대한 요구를 내놓는 것은 불법이며 용납될 수 없다"며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부가 수집된 증거에 근거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조직 연루, 부패 등 혐의로 전격 체포된 후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위는 계속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 중이다.
주튀르키예 한국대사관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 여러 지역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며 "22∼23일 주말 동안 군중이 밀집한 시위 장소에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19일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등과 협력한 혐의로 이마모을루 시장, 레술 엠라 샤한 시슐리시장, 마히르 폴라트 의회의원 등 CHP 소속 정치인이 체포됐다.
튀르키예 검찰은 테러단체 연루, 뇌물수수와 횡령·사기 등 혐의로 이마모을루 시장을 비롯해 총 106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작년 3월 지방선거 때 튀르키예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이스탄불에서 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째 장기 집권에 맞설 최대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오는 23일 CHP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 선출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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