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반발해 美공연 거부한 두 클래식 거장, 韓무대 선다

연합뉴스 2025-03-22 00:00:28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이달 말 공연…바흐·모차르트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5월 공연…수크·브람스 등 연주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해 미국 공연을 거부한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 두 명이 국내 관객들 앞에 선다.

미국 무대를 포기하고 한국을 찾는 이들은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와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다.

우선 시프는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악단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공연한다.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시프가 창단한 악단으로 26년간 시프와 호흡을 맞춰왔다. 최근 시프가 악단의 해체를 발표해 이들의 국내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바흐의 '건반 악기를 위한 협주곡' 3번과 7번을 들려준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과 '돈 조반니' 서곡, 피아노 협주곡 20번도 연주한다. 시프가 바흐와 모차르트 해석의 권위자로 꼽히는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프는 195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피아노 연주를 배우기 시작, 그간 여러 차례 그래미상과 영국 그라모폰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바이올리니스트 테츨라프는 5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한다.

테츨라프는 독일의 간판 연주자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1990년대 초반 쇤베르크 협주곡 연주로 주목받기 시작해 베를린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상주 음악가로 활동해왔다. 2019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요제프 수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으로 막을 올리고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신화',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과 함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시프와 테츨라프의 방한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이들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 공연을 잇달아 취소했기 때문이다.

시프는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추악함을 가져왔다"며 올해 가을과 내년 봄 미국에서 열 예정이었던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시프는 이민자 대량 추방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던 때의 고통을 떠올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테츨라프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시아적 태도, 공무원 대량 해고, 트랜스젠더(성전환자) 관련 정책 변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침묵하고 부정하는 것 같다"며 "나는 순전한 분노를 느낀다. 이런 기분을 품고 계속 (미국에서 연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드라스 시프 공연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공연

두 연주자는 음악에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철학에 근거한 철저한 음악적 탐구를 거쳐 시프는 '작품의 진정성'을, 테츨라프는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프는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인간 내면과의 대화이고, 삶의 의미를 찾는 도구"라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