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제주4·3 제 이름 찾는 시발점 되면 좋겠다"

연합뉴스 2025-03-22 00:00:25

4·3 영화 '내 이름은' 내달 촬영 시작…내년 4월 상영 추진

제주 4·3 영화 '내 이름은' 제작 정지영 감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4·3을 다룬 이 작품이 4·3의 제 이름(정명·正名)을 찾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지영 감독은 4·3 영화 '내 이름은' 촬영 시작을 앞두고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정 감독은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읽고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4·3의 이름, 누구는 폭동이라고 하고 누구는 반란이라고 하고 누구는 항쟁이라고 하는 혼란 속에서 제대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3이 평화와 인권, 생명이라고 하는데 그런 쪽에서 미래 지향적인 이름을 정해주고, 많은 사람이 들어가서 무슨 내용인지를 확인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한 여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 화해와 상생으로 가는 과정을 통해 4·3이 어떻게 치유돼야 하는지를 다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많은 고발적·기록적 성격의 다큐멘터리나 영화 '지슬'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영화 남부군(1990)에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이 내달 1일부터 촬영을 시작할 영화의 원작은 2021년 제주4·3평화재단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1위 작품이다.

그는 "사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만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다는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했다"며 "원작자가 마음대로 고쳐서 영화를 만들어도 좋다고 해서 2년여간 작업해 촬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4·3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던 1998년에 50대 후반의 한 여인이 4·3으로 인해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배우 염혜란과 고교 시절 아들과 성장한 아들 역으로 박지민과 유준상이 출연한다. 의사역으로 김규리가 캐스팅됐다.

제주 4·3 영화 '내 이름은' 정지영 감독

영화의 성격에 대해 정 감독은 대중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의 자본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그러니까 감독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영화가 독립영화인데 많은 시민이 돈을 모아 마음껏 만들어보라고 밀어줬기 때문에 독립영화인 것은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는 상업영화라고 하면 돈만 벌려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 거부감이 있고, 대중을 상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대중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내년 4·3 주간 개봉을 목표로 올가을께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각종 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는 제주 사투리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모두 제주 사투리로 고쳐봤는데 글을 읽어본 사람들이 모두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어미 정도만 사투리가 섞이게 하는 것으로 타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 사투리를 철저히 쓰면 제주도민이 아닌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다가올 것"이라며 "그래서 사투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심하게 쓰지 않고 외지 사람들도 알아들을 정도의 사투리를 쓰는 게 어떤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천300만원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됐다. 목표액의 10배 가량인 4억400만원을 모았다. 국내 영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한다.

총제작비 30억원 중 현재까지 12억8천만원을 모았다. 10억원 정도 투자가 거의 확정적이어서 약 10억원 정도가 모자란 상황이다.

정 감독은 "제주도민들이 '내가 영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 영화다'라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제주 4·3 영화 '내 이름은' 제작 범도민 후원서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