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자회사 직원 잇단 사망…'안전 뒷전' 포항 철강회사

연합뉴스 2025-03-21 17:00:04

포스코 포항제철소(위)와 현대제철 포항공장(아래 파란색 지붕)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최근 경북 포항의 철강공장에서 연이어 사망 사고가 나면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에서 수리 작업을 하던 포스코PR테크 직원 A씨(40대)가 설비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포스코PR테크는 포스코의 정비 부문 자회사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14일에는 현대제철 포항1공장에서 20대 비정규직 직원이 작업대에서 10여m 아래 쇳물 찌꺼기(슬래그)를 받는 용기인 포트에 추락해 숨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철강회사 공장에서 1주일 사이에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나면서 안전 대책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성준 금속노조 포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자세한 사고 경위는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포스코 포항제철소나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모두 설비가 노후화된 데다가 회사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안전 분야 대책을 소홀하게 하면서 사고가 더 자주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최근 6년 새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가 4명에 이른다.

2020년 12월 9일에는 3소결공장에서 협력사 하청업체 직원이 집진기 보강공사를 하던 중 부식된 배관 파손으로 추락해 숨졌다.

2021년 2월 8일 원료부두에서 협력사 직원이 벨트컨베이어 아래쪽 롤러를 교체하던 중 전원이 차단되지 않은 채 이동하던 하역기와 롤러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2022년 1월 20일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 보온재 교체작업을 하던 협력사 소속 직원이 무인 하역운반기계와 설비 사이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가 날 때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은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심지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포항지역 4대 철강사는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과 안전한 일터 만들기 간담회를 열었다.

포항시도 지난 12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북동부지사와 '포항시 산업재해 예방 활동과 노동 안전 보건 증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안전관리 활동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무색하게 연이어 사고가 나면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자회사 소속 직원의 사고이긴 하지만 노조도 사고 현장 안전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고 필요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