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관계 주요 고비마다 방북…종전협상 상황 공유하고 北요구사항 청취할듯
'김정은 5월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 거론 속 구체 조율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21일 전격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떤 얘기를 나눌지 주목된다.
쇼이구 서기는 최근 북러관계의 주요 고비마다 방북하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방북도 미국을 중심에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종전협상이 한창이고 김정은 위원장의 5월 방러 가능성이 대두되는 시점이어서 그의 방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쇼이구 서기는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이날 평양발로 보도했다.
그는 국방장관 시절이던 2023년 7월과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직책이 바뀐 이후인 작년 9월 등 방북 때마다 김 위원장과 만났고, 그 직후 북러관계에는 중요한 사안이 벌어졌다.
2023년 7월 방북 2개월 뒤인 9월 김 위원장은 전격적으로 러시아 연해주 극동 지역을 방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약 4시간 회담했다.
작년 9월 방북 직후인 10월부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이뤄졌다.
이번엔 우선 종전협상 상황에 대한 논의가 우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쇼이구 서기가 김 위원장에게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군 포로의 처리 방향 등 북한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연장선상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도 논의될 전망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파병 북한군의 활약으로 최근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사실상 탈환한 상태"라며 "쿠르스크 승리를 위해 북한군이 흘린 피의 대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군사정찰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 북한이 매달려온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북한은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능력을 갖춘 핵 추진 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SSBN)을 건조하는 듯한 모습을 공개했는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 조율도 주요 의제로 점쳐진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대했고, 5월 9일 80주년 전승절이 유력한 방러 시기로 거론된다.
실제 이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방러한다면 시간이 상당히 촉박해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지난 15일 평양에서 최선희 외무상을 만나고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회담했는데, 당시 '최고위급 접촉' 일정을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루덴코 차관이 방북을 마치고 돌아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쇼이구 서기가 평양에 도착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루덴코 차관에 대한 의전 수위가 높지 않았고 북한 매체의 보도 태도 또한 건조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달래려고 쇼이구 서기를 부랴부랴 보냈을 수 있다고 봤다.
한편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에 쇼이구 서기가 방북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응한 군사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 부원장은 "동해에서 북러 공동 군사훈련을 논의하고 이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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