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간암신약, FDA 승인 재차 불발…"멸균 절차 등 지적"(종합2보)

연합뉴스 2025-03-21 12:00:04

HLB "미·중 갈등과는 무관"

"재승인 추진 박차…이르면 7월 FDA 허가 기대"

HLB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유한주 기자 = HLB그룹의 간암신약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다시 한번 보완요청서(CRL)를 발급, 승인이 불발됐다.

HLB그룹은 전날 밤 미 FDA로부터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CRL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진양곤 HLB[028300] 회장은 이날 새벽 유튜브를 통해 미국 FDA가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신청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에 대해 다시 한번 보완 요청서, 즉 CRL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진 회장은 "(작년 5월) 1차 CRL은 캄렐리주맙의 CMC(제조·품질관리)와 BIMO(임상 현장 실사) 두 가지였으나 이번 CRL은 캄렐리주맙 CMC 지적 사항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라며 "CRL에는 미비점이 무엇인지 적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서제약은 FDA와 빠르게 접촉해 보완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개월간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기에 이번만큼은 주주 여러분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으나 다시 한번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며 "좌절하지 않고 잘 극복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이날 오전 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HLB 자회사 엘레바의 정세호 대표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FDA 승인 불발 원인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 CTO는 "항서제약이 FDA 지적사항(옵저베이션) 3가지를 공유했다"며 프로토콜, 즉 절차와 관련된 문제가 주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선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멸균 프로토콜이 충분히 수립되지 않거나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예컨대 환경 오염 물질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무균 공정 시스템 및 절차가 적절히 설계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보완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의약품 품질 보증을 위한 적절한 육안 검사 절차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 컴퓨터 관련 시스템을 자동화하지 않거나 전자장비가 정기적으로 점검되지 않은 것 같다는 점 등이 지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지적사항이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항서제약은 FDA로부터 공식 문서(PAL·Post Action Letter)를 전달받아 정확히 어떤 사항이 미흡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진 회장은 간암신약 승인 불발이 미·중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바이오 회사가 개발하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약물이 줄줄이 FDA 승인을 받았다"며 "미·중 갈등이 원인이라면 준시 바이오사이언스 등이 FDA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23년 중국 준시 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한 면역항암제 '록토르지'에 대해 FDA로부터 중국 기업 최초로 면역항암제 허가를 받았다.

진 회장은 추후 일정에 대해서는 "FDA로부터 재허가를 받는 데 최장 2개월이 지연될 것"이라며 "빠르면 5월에 허가를 재신청하고 7월에 FDA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 유럽의약품청(EMA)에는 7월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FDA 승인을 받아야 타 국가에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 회장은 주주 측에 "FDA 승인 불발에 대해 실망이 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 여러분이 가진 궁금한 사항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CRL 1차, 2차를 거쳐 FDA 승인을 받은 사례가 많다"며 "빠른 시일 내 CRL 내용을 커버해 항서제약과 협의하고 재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HLB 간암 신약은 작년 8월 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 폐암약 '렉라자'에 이어 국산 항암신약 중 2번째로 FDA 승인을 받는 사례가 될지 주목받았다.

이와 관련, HLB 관계자는 "(작년 5월) 지적받았던 사안이 경미했고 충분히 보완했다고 전문가들이 판단했기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무척 당혹스럽다"면서도 "여전히 유일하게 남은 이슈는 CMC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FDA와의 미팅을 통해 미비점을 확인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HLB의 신약허가신청(NDA) 서류가 다시 제출되면 FDA는 리뷰 후 새로운 심사기일(PDUFA date)을 정해 회사에 통보한다. 보완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현장 재실사를 진행하거나 서류심사만으로 갈음할 수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는 대로 신속하게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21일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하는 진양곤 HLB 회장(가운데)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