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이익 내면서도 유상증자…"한화에어로 주주배려 부족"

연합뉴스 2025-03-21 11:00:02

향후 2년 영업익 6조원대 예상돼 현금 양호

회사 측 "투자 시급…2~3년이 골든타임"

한화, IDEX 2025 참가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방산 호황기를 맞아 작년 1조7천억원대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해 21일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증자가 글로벌 방산 시장 '톱 티어' 도약을 노린 선제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향후 2년간 추가로 6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어서 주주 손해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초대형 증자 카드를 갑자기 꺼낸 것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1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대형 투자를 단행할 때 자금 확보를 하는 수단은 내부 보유 현금 활용부터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증자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 중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해 직·간접적인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커 악재로 받아들여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날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시간 외 시장에서 하한가까지 밀린 데 이어 21일 정규장 시작 후에도 최대 14.96% 이상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해외 투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양호한 재무 전망을 고려했을 때 3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는 유상증자 발표 전 주가 대비 낮은 60만5천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률은 13%에 달한다.

글로벌 방산 호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천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조8천억원, 3조5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향후 2년간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것이다.

노무라 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날 회사 측이 연 긴급 기업설명(IR) 행사에서 "방산 회사로 좋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데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설비투자(캐펙스·CAPEX)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조5천억원과 이후 꾸준한 이익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투자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조단위 영업이익 시대를 맞았지만, 세계 지정학적 대변동 속에서 유럽, 미국, 중동,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전략 투자를 단행하려면 투자 실탄을 최대한 조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 증자 결정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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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임원(전무)은 전날 설명회에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업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고,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주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향후 수년간 얼마를 벌게 되겠지만, 문제는 투자의 시급성으로 유럽의 라인메탈 등 상당수 경쟁 기업이 최근 투자에 들어가고 있다"며 "남은 2∼3년을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