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 예술과 대학교육의 변화-②

연합뉴스 2025-03-21 10:00:02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예술 작업도 함께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술적 영감이 삶의 일상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온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선생으로서의 삶에서 그러한 순간을 맞이할 때는 대부분 학생과의 교류에서였다. 수업을 통해서나 면담할 때 혹은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여러 순간에서 '그때'(The moment)를 경험했다.

특히 머릿속에 관념적으로만 맴돌던 예술적 영감의 실마리가 학생과의 교류에서 풀렸던 기억이 많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차라 접점이 부딪히면 '스파크'가 일어나 묘하게 결론으로 이어지던 놀라운 때가 있다.

◇ '생각의 탄생'과 '비 동시성의 동시성'

흔한 말로 '비 동시성의 동시성'의 순간이다.

머릿속에 어떤 음원에 대한 추억과 멜로디가 갑자기 떠올랐지만, 그 곡이 무엇인지 모를 때 우연히 차 안 라디오에서 그 음악이 나오며 DJ가 그 곡이 어떤 곡인지 알려주는 순간이다. 요즘에는 음원 앱이 어떤 곡인지 검색해주는 서비스는 잘 발달해 있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곡을 찾아주지는 못하니까 말이다.'

'비 동시성의 동시성'은 사실상 평생 거의 경험하기 힘든 기적 같은 순간이다.

그러한 기적 같은 순간을 학생과의 대화나 수업에서 여러 차례 겪은 필자는 인생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또한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보편적 원리도 체험하면서 예술적 영감까지 얻어 필자 자신의 작업에도 좋은 영향을 받으니 이래저래 나름 보람찬 인생이라 자평하게 됐다.

물론 두 개의 삶을 한꺼번에 살아가는 삶 자체는 분명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삶이 어찌 순탄하기만 하겠는가. 늘 스스로를 담금질하면서 헤쳐가고 있다.

요즘에는 예술적 영감을 얻는 대상이 하나 더 늘었다. 필자가 쓰는 수많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선보이는 결과물이라는 게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거기서 뽑아내는 것뿐이므로 창의적 작업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낸다.

필자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학생과의 대화나 수업에서 얻은 예술적 영감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적용해 확장해봤다. 그것을 다시 수업에 가져와 학생과 함께 또다시 키워봤다. 나름의 순환구조를 구축했다. 많은 학생이 필자가 제시한 현안을 자신의 과제와 관심사에 적용해 본 후 창작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면서 필자가 머릿속에 관념적으로 생각하던 아이템이 학생에 의해 구체화 되는 '비 동시성의 동시성'의 순간을 또 한 번 맞이했다.

'유레카!'

어느 순간 아르키메데스가 됐다. '유레카'의 순간을 인공지능을 통해 여러 차례 체험하는 놀라운 기억이 많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은 필자의 일상에서 영감을 주는 좋은 질료다.

그 순간을 나의 학생과 함께 맞이하는 기쁨은 삶의 큰 원천이 됐다. 이른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생각의 탄생'의 순간은 필자에게도 놀라운 체험의 연속이다.

'생각의 탄생'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 오롯이 필자와 나의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몫이다.

◇ 인공지능 예술의 미래와 대학의 역할

이제는 인공지능이 예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대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학도 이를 인식하고, 인공지능 기반 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예술 교육은 어떻게 변할까?

첫째, 인공지능과 인간 창작자의 협업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교수는 학생에게 인공지능을 새로운 도구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창작적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즉, 언어학에 기초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하되 예술적 감수성을 담아내 인공지능을 성장시키도록 한다.

둘째, 인공지능 기반 예술 철학 수업을 늘려야 한다. 인공지능 작품의 창의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인간의 예술성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사이에서 가치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모두는 이런 질문에 대해 진지한 사유를 해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과 전통 예술의 결합을 연구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의 예술 방식을 보완하고 확장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예술가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예술가는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적 개념을 탐구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대학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인공지능을 필수적으로 포함한 예술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것이 예술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것이 예술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그렇다. 인공지능은 창의성을 돕는 도구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돕는 도구다. 예를 들면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일)하기 위해서는 '수능'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해야 하므로 입시생은 반드시 '열공'해야 하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삶의 목표 상 필수요소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도구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다.

예술가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과 함께 예술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익히면 된다. 예술가 지망생인 대학 학부생에게는 필수다.

올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접목한 예술이 대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몇 년 후 많은 이가 예술의 향유자로서 살아왔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해 예술의 창조자로 금방 전환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이어서 '인공지능 대전환'(AI Transformation)의 시대는 이미 성큼 다가왔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