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교 '연기론'에서 기후위기 해답을 찾다…'거룩한 불편'

연합뉴스 2025-03-21 09:00:05

삶의 풍경 담은 사진 이야기…'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

'거룩한 불편' 표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 거룩한 불편 = 유정길 지음.

"나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이웃과 자연의 고통이 치유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인 저자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문명이 초래한 생태적 위기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세상 만물은 하나로 연결돼 존재한다'는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을 거론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과 같은 착취적이고 소비적인 인류 문명은 결국 온 지구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인류가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경쟁 중심적 구조를 버리고 생태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사회를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론적인 논의에만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한다. 사찰 단위에서의 생태적 실천, 불자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환경 보호 활동, 지역사회에서 연대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소개한다.

모과나무. 336쪽.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 표지

▲ 당신이 뉴욕에 산다면 멋질 거예요 = 김창길 지음.

시인 박노해부터 예브게니 말로레카, 조춘만까지 국내외 사진작가 18명의 작품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박노해는 찰나의 감각적 장면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과 깊은 교감을 통해 사진을 찍는다. 그의 사진에는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강인함과 존엄이 담겨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록하며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우크라이나 사진기자 예브게니 말로레카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폭격당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임신부가 병원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찍은 말로레카의 사진을 두고 "단순한 보도용 사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고통을 기록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조선소 용접공 출신인 조춘만의 작품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저자는 거대한 철 구조물과 복잡하게 얽힌 배관들, 하늘로 치솟은 굴뚝을 담은 사진을 통해 기계를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바라보는 작가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제목은 미국의 전설적인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의 1956년 사진집 '뉴욕'에 실린 문구를 빌려왔다.

이글루. 264쪽.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