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임박했지만 미복귀 기류 확산…"정부 불신·동료집단 압박 원인"
"학생들 스스로 위해 복귀해야…정부, 증원 잘못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하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휴·복학 문제를 떠나서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 두려움이 생기는 게 맞는 일인가요? 의료계를 이끌 예비 전문인 집단에서 자주적 생각과 판단을 폄하하고 막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일 기자가 만난 수도권 한 의대 본과 4학년생 A씨는 "정부의 의료 정책에 찬성하지도, 휴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다만 의료계 일부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에게 도를 넘은 인신공격을 가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 이유로 휴학하지 않고 학교에 남았다.
여전히 대다수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교육부와 대학은 이달 내 복귀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A씨는 "주변(학생들)은 제적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정부를 신뢰하지 않아 복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제적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3월까지 '전원'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누가 믿고 돌아가겠느냐"고 되물으며 "과거에 수가를 인상했다가 삭감한 적이 여러 번이라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정말 화가 난 이유는) 의대 증원에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인용한 보고서를 쓴 연구자들조차 2천명 증원에 찬성하지 않는 판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만 학생들의 단체 행동 뒤에는 정부 불신 외에도 강한 동료 집단의 압박이 있다고 봤다.
A씨는 "신상이 노출돼 불특정 다수에게 인격 모독 수준의 비난을 받는 사례를 보고 두려움이 들었다"며 "복귀 의사가 명확하지만, 거센 내부 여론에 자의와 다르게 휴학하는 비율이 높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도를 넘는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인 만큼 의료계가 조금만 자정 노력을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건국대 의대에서 일부 학생들이 '수업 복귀자는 동료라고 간주할 수 없으며 수업 활동을 같이할 수 없다'고 복귀자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선 "학습 자유 침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며 강조한 건 휴학이 개별적 판단이고 자율적 행동이라는 것이었다"며 "결정을 바꿔 복학하는 것 또한 자유인데 학생의 당연한 권리인 학습권 행사에 매도 수준으로 비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단체행동은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고 투쟁 방향에 대해 뭐라 하고 싶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집단적 압박과 두려움에 숨이 막힌다.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또 "(고생하는) 필수과 선생님들을 보면 (의정갈등이) '밥그릇 싸움'이라는 왜곡된 시선이 속상하지만, 왜 외부에서 의사들의 투쟁을 그렇게 바라보는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A씨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위해 일단 복귀를 하고 다시 수업 거부 등 투쟁을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 해결 방향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목소리가 너무 가려지는 느낌이 있는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신뢰할 만한 대표를 내세워 정부와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정부에는 "(의사) 증원 근거가 부족했고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과는 듣는 사람이 납득해야 사과"라고 꼬집었다.
'선배' 의사들에게는 "가장 을(乙)의 위치에서 피해를 보는 의대생들에게 잃은 것 하나 없는 교수들이 대안도 없이 돌아오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기성세대가 먼저 나서서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건전한 투쟁 방식을 함께 고민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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