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메일로 접수받는다.
- 부문별로 ○○○명씩 접수받는다.
- 분쟁조정을 접수받는다.
- 군청 ○○○과에서 접수받는다.
- 주민 피해를 접수받는다.
접수받는다? 잘못입니다. 접수(接受)는 '받는다'로 간주하면 틀리지 않습니다. 받을 수(受)가 있으니까요. 접수한다고 하면 됩니다. 신청이나 신고를 받는 것을 접수한다고 하는 것이잖아요. 의미를 도드라지게 드러내려고 일부러 그렇게 쓰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선의로 해석하는 것과 별개로 말법은 말법대로 짚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사사(師事)하다]도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또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을) 스승으로 섬겨 가르침을 받다'라는 뜻입니다. 역시 '받는다'는 개념을 품은 말이므로 사사받다 하면 동어반복 느낌을 줍니다. <A는 그 작가를 사사해서 소설 쓰기를 배웠다>, <B는 유명 감독에게서 야구를 사사해서 요즘 좋은 실력을 보인다> 하면 됩니다. 사사한다는 말, 어렵습니다. 쉽게 풀어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류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습니다. 한 자연휴양림 안내판 글귀입니다. [야생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야생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로 바꿔야 합니다. [피해]는 '해를 입음'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피해를 입는 대신 보거나 당하거나 또는 손해를 입는다는 표현이 권고됩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 꺼림칙함이 남습니다. 접수받고 사사받고 피해받는다고 하는 것이 어법에 맞는 다른 표현보다 뜻을 더 잘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기에요.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문법이 의사소통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같은 겁니다. 같은 뜻의 말이 겹쳐서 된 말을 뜻하는 [겹말]을 생각하면 이런 우려가 근거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처가보다 처갓집, 고목보다 고목나무, 낙수보다 낙숫물 해야 의미가 더 명료해진다는 판단은 과연 지나친 것이려나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공익법인 우리말진흥원, 겹말 오류 바로잡기 사례 - https://goodwriter.or.kr/bbs/board.php?bo_table=s0301&wr_id=5230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