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야생포유류 '고병원성 AI' 확진…야생 삵 감염

연합뉴스 2025-03-21 00:00:24

전남 화순서 발견된 삵 폐사체서 고병원성 H5N1형 AI 항원 검출

美선 작년 사람 감염 사례도…전문가들 '차기 팬데믹' 후보로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전남 화순군에서 지난 16일 발견된 야생 삵에서 나온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해당 야생 삵의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H5N1형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국내 야생 포유류에서 AI 항원이 검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고병원성으로까지 확인된 것이다.

당국이 재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삵이나 담비 등 육식·잡식성 포유류에 대해 조사(355건)했을 때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난 바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유럽과 미주대륙, 일본 등 외국 야생 포유류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는 2022년 111건(14종), 2023년 271건(32종), 2024년 100건(28종) 등이다.

작년 미국에서는 젖소들이 집단으로 N5N1형 AI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에게까지 전파한 사례도 나왔다. 또 AI에 걸린 젖소에서 나온 우유를 마신 고양이가 집단 폐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차기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로 AI 바이러스를 지목하기도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이 AI 인체 감염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지금 보고된 사례를 보면 언제라도 AI 인체 감염과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삵 폐사체에서 AI 항원이 검출된 18일부터 긴급방역조처에 들어간 당국은 항원이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이날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행동반경이 2∼3㎞로 넓지 않고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삵의 특성상 주변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삵과 접촉했던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 등은 잠복기(10일)을 고려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중으로 현재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야생 포유류 AI 표준행동지침을 구체화하고,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포유류 간 전파 가능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