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로 첫 도전…노인 파우스트 대사 연기
오페라와 연극 결합 시도한 작품…사무엘 윤 "이번이 10번째 파우스트"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 하는 정동환입니다. 여기 와보니까 제가 신인이네요. 하하."
데뷔 57년 차 베테랑 배우 정동환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오페라에 도전한다. 오페라 하면 노래하는 성악가가 떠오르지만, 그는 독특하게도 노래 대신 한국어 대사를 선보이는 역할을 맡았다.
정동환은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를 막 시작해서 헷갈리는 것도 많고 걱정이 태산"이라면서도 "연극과 오페라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다양한 관객이 찾아올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집필한 희곡을 바탕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오페라 거장 샤를 구노가 제작한 작품이다. 1859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는 오페라와 연극이 결합한 '오플레이'(O'play)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기존 오페라와 달리 대사를 추가해 복합적인 감정을 더욱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새로운 감각을, 오페라 애호가에게는 연극적 요소가 더해진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환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젊음을 되찾는 노인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1막 초반에 등장해 인생의 회한과 젊음을 향한 욕망, 고통에 관한 감정을 한국어 대사로 풀어낸다.
과거 '파우스트' 소재 연극에 두 차례 출연했다는 그는 "평소 대사는 말이 아닌 음악처럼 들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해왔다"며 "이 작품으로 연극이 음악, 오페라와 제대로 맞아떨어질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었다. 어떻게 방법을 찾을지 고민하며 잠을 못 자고 있긴 한데, 조금씩 접근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환이 퇴장한 뒤 2막부터는 성악가들이 주가 되어 기존 오페라 '파우스트'를 따라 작품을 끌어간다. 독일어권 성악가에게 최고 영예로 꼽히는 '궁정가수' 작위를 받은 사무엘 윤을 필두로 베테랑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이스 전태현이 맡는다. 젊음을 얻은 파우스트 역에는 테너 김효종과 박승주가 출연하며, 파우스트와 사랑을 나누는 순수한 연인 마르그리트는 소프라노 손지혜와 황수미가 연기한다.
과거 국내외 다양한 프로덕션으로 '파우스트'에 참여했던 이들은 저마다 작품에 얽힌 인연을 소개했다.
이번이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인 박승주는 "독일에서 공연한 '파우스트'를 계기로 오페라 주역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며 "성악을 하신 아버지의 커리어 첫 작품도 1980년대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여서 뜻깊다"고 했다.
사무엘 윤은 "1998년 26살의 나이로 처음 '파우스트'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힘 좋고 박력 있는 메피스토펠레스였다"며 "이번이 10번째 프로덕션인데, 역할이 가진 다양한 색깔과 이야기를 보여주려 한다. '오플레이'라는 시도를 통해 클래식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장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 작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휘는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특별언급상을 받은 이든이, 연출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의 연출가였던 엄숙정이 맡았다.
이든은 "음악에 연기가 가미된 작품이어서 엄 연출과 훨씬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분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파우스트'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연기로 표현되는 요소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파우스트'는 다음 달 10∼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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